[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대표 재건축 아파트들이 경매에서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두 차례 이상 유찰하는 때도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호재로 떠들썩한 서울 주요 대단위 아파트도 거래절벽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을 확정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양천구 목동아파트 등도 경매 시장에선 매서운 ‘유찰 찬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 [그랴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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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 경매5계에서 진행한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 매물이 2차례 유찰되면서 내달 세 번째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 19억7000만원에 나왔지만 지난 9월에 이어 이달 두 차례 유찰됐다. 내달 21일 12억6080만원에 세 번째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진행한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71㎡ 또한 지난달에 이어 이달 두 차례 유찰됐다. 감정가 17억2000만원에 올라왔지만 두 차례 유찰되면서 내달 20일 11억80만원에 세 번째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목동은 지난 9일 서울시가 목동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통과시키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목동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2만6000여 가구가 최고 35층, 총 5만3000여가구로 탈바꿈한다. 특히 목동은 대단지가 몰려 있고 학군 등 정주 여건이 뛰어나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매수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입찰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줄줄이 유찰됐다. 지난 10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를 진행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았다. 지난 16일 진행된 영등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8㎡ 또한 감정가 20억1600만원에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19일 정비사업 추진 23년 만에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 은마는 총 28개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또한 시범아파트는 지난 7일 대규모 재건축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단지는 신통기획을 통해 1584가구에서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면서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은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강남,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정비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경매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건희 지지옥션 연구원은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이 통과되고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외면받았다”며 “최근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의 감정가가 작년 고점에 감정됐던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에서 너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내년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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