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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에는 공매도 거래 상위 순위에 증권 관련 종목 3개가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27.35%로 5위에 자리했다. 키움증권(039490)과 메리츠증권(008560)은 각각 7위와 9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의 공매도 비중은 23.56%이며, 메리츠증권은 21.41%를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 모두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증권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건 고용 지표 호조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52만8000명 증가해 예상치(25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고용 지표가 개선되면서 긴축 정책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일각에선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하며 인플레 완화 기대감을 내놓지만, 아직 물가 정점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 심지어 100bp 인상까지 내놓고 있다”며 “양호한 고용 여건이 임금 상승을 유발하고 있고, 때문에 연준은 더욱 강한 긴축을 실시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여력이 여전히 큰 만큼 증권주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팔아 놓고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서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활용된다. 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 채권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가격은 반대로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늘어나 실적이 악화된다. 아울러 금리 인상 시 투자 위축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운용 손익도 축소된다. 이밖에 인플레이션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딜(Deal) 축소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도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은 7월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며 2분기 대비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부진이 지속되고,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한다고 하여도 증권사의 3분기 이익은 2분기 대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