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만 그럴까요? 주주 가치 제고하면 ‘오천피’ 가능하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운용 대표 인터뷰
"30% 의결권 위임 추정, 3%룰 없어도 가결"
용역 재검토·지분 매각 속도…"시총 3조 기대"
"주주가치 제고돼야…저평가 해소 가능"
  • 등록 2022-04-11 오전 6:30:10

    수정 2022-04-11 오전 6:30:1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에스엠(041510)은 주주총회 당일까지도 예전과 똑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아침 7시 문서 박스 3개를 들고 오는 저희를 보기 전까지는요. 그 안에 주주 위임장만 1100여장이 담겨 있었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소액 주주들의 뜻이 에스엠 측에 제대로 전달된 순간이에요.”

올해 주주총회 시즌의 ‘꽃’은 지난달 31일 열린 에스엠 주총이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에스엠의 저평가가 독립적인 이사회 부재에서 비롯된다면서 곽준호 전 SK넥실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와 함께 주주서한, 성명서에 유튜브 콘텐츠까지, 얼라인은 다각도로 에스엠을 압박했다. 에스엠은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안건을 기습적으로 추가했다가 일부 철회하는 등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보유 지분 0.91%에 불과한 얼라인이 19.17%에 달하는 지분을 쥔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와 특수관계인을 무너뜨렸다. 곽 후보자가 감사로 선임됐고,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도 자진 사퇴했다. 얼라인이 지적한 이수만 PD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용역에 대해 사실상 답변을 거절하던 에스엠 측도 주총 후 “적극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에스엠이 위치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경(사진=DL이앤씨)
◇ 이미 공감대 형성…“여의도의 승리”


세간이 예상한 ‘표 대결’도 없었다. 패배를 예상한 이사회 측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곽 후보자의 감사 선임 찬성 여부를 물었고, 출석 주주 803만여주 가운데 653만여주가 감사 선임에 찬성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이는 상근감사·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3%룰’ 적용 후 기준”이라면서 “발행주수의 약 30%에 해당하는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3%룰’이 없어도 가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2019년 KB자산운용이 일찌감치 공개 주주서한으로 라이크기획을 문제 삼았고, 덕분에 기관 투자자 사이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 소액 주주 비중이 60%인 만큼 여론전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해를 돕는 시청각 자료와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였고 손쉽게 의결권을 일임하도록 앱도 활용했다. 하나둘 쌓이는 주주 의결권 위임을 보면서 얼라인 측은 자신감을 얻었다. 혹여 정족수 미달을 걱정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압도적인 지지에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감사는 강력한 조사권이 있다.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곽 감사는 지난 1일부터 출근해 목록을 가지고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에 조사권은 수단”이라면서 “라이크기획을 포함한 각종 계약을 다시 살펴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하고, 지속적으로 논의된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칭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제공=얼라인)


“에스엠, JYP 보다 더 벌어도 시총 못 미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 매각, LS오토모티브 인수와 매각 등을 굵직한 거래를 담당했던 이창환 대표는 지난해 헤지펀드·사모펀드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었다. 1호 플래그십 펀드 등을 통해 시장수익률 대비 높은 수익 추구를 목표로, 심도 깊은 리서치를 거쳐 발굴한 소수의 상장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경영진 및 이해관계자와 기업가치 상승을 끌어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상승 여력이 높으면서 저평가돼 있다는 측면에서 얼라인은 미디어·엔터, 소비재, 금융, 지주사 섹터에 집중하고 있다.

얼라인이 에스엠을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음반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등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외부 정보가 풍부했다. 팬덤을 바탕으로 빠르게 우상향하는 각종 지표를 보면서 충분히 수익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 이후 오프라인 공연이 재개되고,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이 활성화되면 아티스트 관련 지적재산권(IP)은 더 큰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에스엠의 시가총액(1조8000억원)은 매출액 3분의 1 수준인 JYP Ent.(035900)(2조1000억원)보다 적다. 영업이익(EBIT) 배수로 보면 JYP Ent.(23.2배)의 절반 수준인 11.8배에 그친다. 얼라인 측은 이 같은 저평가의 원인으로, 적자일 때도 매출의 6%를 가져간 라이크기획을 지목했다. 에스엠은 상장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427억원을 인세로 지급했다.

이 대표는 “현재 기준 얼라인이 기대하는 에스엠의 시총은 3조원 이상”이라면서 “이번 감사 선임을 계기로 에스엠의 가치가 올라가고 주가에 반영되면 현금화를 고려하겠지만, 검토하는 것 자체가 최소 1~2년 이후 이야기”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일반 주주 범위 넓혀야”

이 대표는 종종 “국내 주식 하지 마라”를 ‘충격 요법’을 쓴다. 뛰어난 인력과 기술력으로 시장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좋은 기업이 국내에 많지만, 조세와 제도 등 구조적 요인으로 미국 상장사 대비 큰 폭으로 저평가돼 거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헤지펀드로서 투자 기회 창출도 중요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를 해소해 국내 기업의 자본 효율성 향상과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도 있었다.

이를 위해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주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를 규정하는데, 이사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충실히 직무에 임할 의무다. 여기에 일반 주주를 포함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일반 주주를 보호하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추가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거래소가 2020사업연도 재무제표로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따져본 결과 한국은 1.3배가 나왔다. 미국은 4.6배, 일본이 1.6배, 대만이 2.8배였다. 이 대표는 “주주 가치 제고,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분류 등으로 장기 투자자가 늘어나고 주식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국내 주식의 저평가가 해소돼 PBR이 2배만 되도 현재 2배 수준인 540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대표는?

△1986년생 △201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2011~2012년 골드만삭스 △2012~2021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2021년~현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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