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부업계 “최고금리 24%로 올려달라”…인수위 등에 요구

[무너지는 마지노선]①금리 인상기에 연 20%로 신용대출 어려워
영업중단·이용자 감소·담보대출 증가 등 시장 위축
"대출별 금리 차등 적용…기준금리 연동화 필요"
  • 등록 2022-04-01 오전 6:00:00

    수정 2022-04-01 오전 6: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개인회생 중인 A씨는 급전이 필요해 사채업자를 찾았다. 대부업체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높은 이율이 부담스러웠다. 반면 사채업자 금리는 10%대 후반이라고 생각이 들어 대부업보다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신청을 하려고 보니 10%대 후반이라고 광고한 금리는 연금리가 아닌 3개월 금리였다. 더욱이 선이자로 300만원을 뗀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그나마 법정 최고금리를 준수하는 대부업이 ‘양반’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기를 맞아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후 대부업체가 수익보전을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거절하면서다.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가 정해져 있어 벌 수 있는 돈은 뻔한 반면 조달금리 상승으로 지출규모는 커져 경영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재 20%에서 24%로 다시 올려줄 것을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국회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키로 했다.

대부금융협회 고위 관계자는 31일 “시중금리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대출금리가 연 24%는 돼야 부도율이 높은 저신용자(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게 신용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대부업협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총회에서 최고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업계 공동의사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방법론 등을 논의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대부업 신용대출 감소→저신용자,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수신(예금)기능이 없는 대부업계는 대개 저축은행과 캐피탈 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10위권의 대형 대부업체는 평균 조달금리가 6%대다. 여기에 대손비용(6~7%)과 일반관리비(4%), 마케팅비용(3%) 등을 합치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연 20%) 내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 신용대출이 감소하면 결국 저신용자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업계 우려대로 대부업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반드시 불법 사채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햇살론 등 정책금융이나 핀테크 대출로 흡수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도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지면 31만6000만명의 민간금융 이용이 제한되고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될 것으로 봤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평균 연이율은 46.6%로 현 최고금리의 2배를 넘는다.

특히 대부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불법 사채 시장으로 풍선효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2021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업 이용자수는 123만명(2021년 6월말 기준)으로 2018년말 221만명 대비 55% 급감했다. 총 대출잔액도 같은 기간 17조3487억원에서 14조5141억원으로 16% 줄었다. 한때 대부업 시장 1위와 4위였던 산와대부와 조이크레디트대부금융은 각각 2019년과 2020년부터 대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대부업계에서는 담보대출 비중이 증가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마진 압박에 놓인 대부업체가 부도 위험이 큰 신용대출을 접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로 전환해서다. 지난해 6월말 대부업 담보대출은 7조5390억원으로 전체 대출액 중 51.9%를 차지해 처음으로 신용대출(6조9751억원, 48.1%)을 앞질렀다.

“대출기간별 차등 금리 적용도 고려해야”

전문가 중에도 법정 최고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높아져 금리가 올라가면 차주의 이자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자를 조금 더 내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대부업에서라도 조달하고자 하는 차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규모가 통상 1인당 1000만원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조금 오르더라도 단기 이용시 큰 부담이 없어서다.

일률적인 최고금리 인상이 어렵다면 대출에 따라 금리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언도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3개월 이하의 초단기대출에 대해 연 24%까지 받을 수 있게 허용해주는 등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금리인상 본격화…서민금융기능 위축 우려

문제는 대부업의 서민금융 기능이 앞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다.

현재 상위 대부업체의 조달금리(연 6%대)는 기준금리가 0%대 시절의 이야기다. 최근 세계적으로 긴축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려하면 대부업의 저신용자 대출 감소 현상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윤해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인데도 법정 최고금리를 정치논리에 따라 그때그때 낮추고 (막상 시장 상황에 맞춰) 올리려면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에 연동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업계의 요구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법정 최고금리 인상은 법 개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대부업은 물론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금리의 연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는 법안을 쏟아낸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법정 최고금리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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