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은 전문성과 미래 가치를 볼 수 있는 투자자, 그리고 다양한 투자시스템의 덕에 성장했다. 완성차에 대한 대량생산 경험도 없는 회사에 대해 금융권은 지난 2019년부터 2년 반동안 2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누적 적자만 3조원이 넘은 이제서야 15만대의 선 주문을 확보했다. 이런 회사가 한국에 있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미국은 다양한 금융투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초기 투자자, 벤처투자자, 메자닌투자자 (상장직전투자자) 그리고 사모펀드 등 한 기업의 탄생, 성장, 확장단계에 걸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를 통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종류의 전문투자자들이 있다. 그 덕에 미국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피를 전 세계에서 수혈받고 있다. 전 세계 우수한 새로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새로운 고용과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금융 힘의 원천은 자기 리스크로 투자하는 투자자의 전문성과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투입될 수 있는 풍부한 투자 자금이다.
한국도 겉으로는 미국과 유사한 금융투자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과 비할바는 아니다. 리비안이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극히 미미하고 일론머스크 같은 걸출한 최고경영자(CEO)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전문성도 부족하다. 예컨대 국내에선 벤처투자를 하면서도 해당 회사에 대해 추후에 투자자가 정한 금액에 다시 사줄것을 요구하는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을 강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사실 투자라기 보다는 대출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 분야 등은 더 이상 새로운 피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북경 등 중국의 주요 도시를 누볐던 택시들은 북경현대가 생산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최대 전기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의 자동차업체에 밀려 더 이상 중국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새로운 금융의 도입이 지체돼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혹자는 다른 나라의 신(新) 금융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분명한 건 금융산업은 물론 실물경제의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 여기에 국민의 열정과 의지를 보유한 국가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 모든 요소를 잘 융합하는 새로운 금융정책 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대통령은 새로운 금융을 통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돈 (Fresh Money)을 가져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