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사건 내용이 제대로 안 나오니까 유튜브를 보는 거죠. 요즘 시민사회 수준이 높아요. 입, 귀 못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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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건 조회수와 광고수익을 노린 일부 사이버레커들의 성급하고 자극적인 콘텐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유튜브에서 ‘가짜뉴스’나 무분별한 폭로를 내놓는 이른바 ‘사이버레커’의 위험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유튜브에서 사이버레커가 활동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조두순 사건 등 이슈가 생기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 영상을 찍고 이를 유통하는 사이버레커들로 가짜뉴스가 범람해왔다. 그러나 이번 손정민씨 사건을 계기로 도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사건 초반에는 손씨가 실종된 반포지역 거주민 중심으로 연대하는 양상이었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며 국민들의 공분이 커졌고, 그 과정에 가짜뉴스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친 측면이 있었다”며 “국가, 정부에 대한 불신에 더해 최근 유튜브 의존도가 높은 장년 세대의 불만 등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집회에 나온 이들 대부분은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관련 정보는 유튜브가 가장 정확하며, 경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임모씨는 “초동수사가 매우 잘못됐고 대부분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 같다. 편한 대로만 사건 당일 타임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며 “자기들(경찰)이 필요한 목격자만 불러서 조사하더니 A씨가 술에 취해 ‘블랙아웃’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이 유튜브를 신뢰하는 데는 기존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도 크다. 조모(57·여)씨는 “원래 ‘범인은 현장에 다시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오히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친구 A가 현장에 다시 돌아온 걸로 봐선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하더라”라며 “나중에 범행 장소로 온 게 더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모(58·여)씨는 “(언론이)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 하는데 사건을 경찰에 우호적으로만 보도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상업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매체를 이용하다 보니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있다”며 “가짜뉴스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 내에서 좋은 콘텐츠가 인정받고 나쁜 콘텐츠는 소외되는 자연스런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유튜버들은 철저히 외면받을 수 있도록 유튜브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 사이버레커
도로 위 레커차처럼 온라인상 이슈를 빠르게 접수해 영상을 만드는 이들. 레커차가 사고 차량을 먼저 인계하기 위해 교통법규를 무시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듯, 사이버레커는 무분별한 ‘경쟁적 보도’를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