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도쿄 구상’…올림픽 둘러싼 남북 동상이몽
북한 체육성은 6일 공식운영 홈페이지 조선체육을 통해 “지난달 25일 개최한 북한 올림픽위원회(NOC) 총회 결과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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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 재현의 기대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중재자 역할의 출발점도 평창올림픽이었다. 외신은 “북한이 한국의 희망을 내동댕이쳤다”(로이터)고 평가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반면교사 삼아 외교적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외형상으로는 선수 보호 조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올림픽 참여가 별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며 “최근 납치자 문제와 제재 연장 등 일본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은 조기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를 삼으려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남북·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평화프로세스 재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사실상 하반기부터 대선 국면에 들어설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임기 내 남북대화 추동 계기를 찾기 위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불참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추가적인 대화 계기를 찾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렇게 되지 못한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간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6월 국내에서 예정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과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관계 개선을 노리고 있다. 북한이 우방국인 행사에는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북한은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을 채 두 달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 의사를 밝혔다.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3개월가량 남아있고 미중일 기류 변화에 따라 극적 반전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의 도쿄올림픽 불참이 북미 간 협상 진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달중에 발표 가능성이 높은 미국 대북정책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