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사로 힐링합니다"... 도시농업자 지속 증가

정신적 치유와 여가 활동 등 도시농업자 꾸준히 증가
상자텃밭과 옥상텃밭등 자투리 공간 활용한 도시농업 인기
지하철 속 미래형 도시농업 ‘메트로팜’ 등장
  • 등록 2020-04-18 오전 5:00:45

    수정 2020-04-18 오전 5:00:45

“농사는 시골에서만 한다는 건 고정관념이에요”

청주에서 도시농업연구소를 운영 중인 이영미 소장은 베란다·앞마당·거실 등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도시에서 얼마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에서 농사지으려면 땅도 사야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라며 “주방에서 버섯을 키우고 있는데 직접 키워 먹는 재미도 있고 정신적으로 치유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인은 다양한 요인의 스트레스로 정신적으로 피폐하다. 이럴 때에는 시골로 내려가 자연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농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덜컥 겁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에서도 농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소위 '도시농업자'가 늘고 있다. 농업이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신조어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019년 기준 241만 8000명으로 2010년 대비 15.8배 증가했다. 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꾸준히 확대 추세이다.

상자텃밭 (사진=동작구 2020 상자텃밭 분야 희망자 모집 보도자료)


도시농업 체험의 기회 제공하기 위해 나서는 지자체들

서울시 동작구는 지난 30일부터 5일까지 동작구 주민을 대상으로 상자 텃밭 300세트 분양자를 모집했다. 상자 텃밭 신청자에게는 내장된 저수통 및 자동급수봉을 통해 자동물보충이 가능한 무독성 플라스틱 재배 용기와 상토 1포·상추와 치커리 등 모종 10주가 제공된다.

동작구 이외에도 영등포구·구로구·양천구 등 모집 날짜에 차이는 있으나 다수의 지자체에서 상자 텃밭 보급을 진행 중이다. 한 구로구 커뮤니티에는 “작년에 상자 텃밭을 신청해 고추 농사를 지었는데 잘 돼서 뿌듯했다”라며 “올해 또 상자 텃밭을 신청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전북 전주시는 생활 속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전주시립도서관 옥상 텃밭에서 농업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시립도서관은 이 옥상 텃밭을 활용해 잎채소 수확하기·다육식물 심기·농작물 재배 활동 등 시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9월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전주시는 옥상 텃밭을 통해 농작물 재배를 체험함으로써 이용객들의 정서 함양과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 (사진=스냅타임 정주희 기자)


"지하철에서 샐러드 채소가 자란다"...'텃밭' 넘어선 미래형 도시농업 등장

자동화 기술과 농업이 접목해 탄생한 미래형 도시농업도 있다. 메트로팜은 지하철역 안에 설치된 재배시설로 자동화 기술을 통해 기후나 병충해의 피해 없이 365일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메트로팜은 인공 광으로 채소를 재배하고 온도·습도·이산화탄소(CO2) 등의 조건은 센서가 인식 해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한다. 수확에 관련해서는 일부 인력이 필요하지만 기반시설의 환경 관리는 전부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비료를 뿌리거나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속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

메트로팜 관계자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광에는 블루광·레드광등이 있는데 광을 사용했을때 나오는 색이 인테리어적으로도 특색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트로팜은 생산뿐만 아니라 관람도 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인테리어적인 요소도 고려했다”라며 “시민들이 재배 시설을 직접 보고 메트로 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유리로 시설을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채소를 키우면 먼지가 많아 더러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다 . 하지만 실제 메트로팜 상도점을 가보니 재배시설을 밀폐시킨 대신 유리로 내부의 모든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청정한 지역에서 키우고 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 메트로 팜 이용자 리뷰 게시판에는 “지하철 안에 녹지 공간이 있으니 상쾌한 느낌이 든다”는 후기도 있었다.

메트로팜은 사전 예약 시 채소 수확도 할 수 있다. 직접 수확한 채소를 기호에 맡게 자르고 토핑을 추가해 샐러드를 만들기 때문에 채소를 편식하는 아이들이 채소 수확을 경험할 경우 식습관 개선 효과도 갖는다.

정태열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처음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이 목적이었지만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삭막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서 함양의 역할로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도시민들은 보고 느끼는 형태의 여가를 즐겼다면 현재는 도시농업처럼 자투리 공간에서 작물을 가꾸는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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