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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함지현 이슬기 기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터프하고 강한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고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수출에 있어서 40%가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인데 우리는 어느 한쪽 편만 들 수가 없다.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대사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미래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모색했다. 두 사람은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확고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커스 전 대사는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G20→G2→G0, 다시 내다보는 10년’을 주제로 한 전 이사장과의 대담을 통해 “각국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정책을 가지고 동맹국들과 협력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중 강경책으로 터프함 과시
보커스 전 대사는 “이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 강하고 터프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에 대해 강하게 나가면서 ‘터프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타나지 않으면 25%에 달하는 추가관세를 부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보커스 전 대사는 “트럼프는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지 않으면 더 큰 제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어찌보면 무역 전쟁에 있어서 결의를 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무역적자’와 ‘북핵문제’ 등 가시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2020년 대선에서의 재선을 노린고 있다고 봤다. 보커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에는 내년 미국 대선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경제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는 만큼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시간이 지나고 서로 힘이 빠졌을 때 협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강대강’ 대결 지속될 것…상황 주시해야”
전 이사장은 “최근 화웨이 사태를 보더라도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고, 중국 역시 우리 정부에 압박을 넣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가장 큰 수출시장이고, 미국 역시 중요한 정치·경제적 동반자라는 점에서 어느 한 쪽 손을 들 수 없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서 보듯이 이미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보커스 전 대사는 한국이 원하는 바를 확고하게 표현하면서 강경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국에서 ‘의회’의 역할이 중요한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커스 전 대사는 “미국에서는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행정부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통해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며 “의회뿐 아니라 핵심 멤버를 찾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당분간 ‘강대강’ 대결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보커스 전 대사는 “중국은 앞으로 더 강해지고 (영향력이)커질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국과 협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긍정적인 생각, 끈기 있게 문제에 달라붙는 것이 필요하다”며 “솔직하게 의제를 내놓고 얘기하고, 터프한 질문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