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신기방기]"구우면 육즙이"…진짜 같은 가짜고기 '비욘드미트'

세계 각국의 새롭고 신기한 기술 이야기(新技邦記)
가짜고기 생산 비욘드미트 상장 첫날 주가 3배 폭등
비트·코코넛오일 등 활용해 육즙까지 재현
고기 재배 등 치열한 시장경쟁·수익성 개선은 과제
  • 등록 2019-05-05 오전 1:08:56

    수정 2019-05-05 오전 1:08:56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를 사용해 만든 비욘드 버거[사진=비욘드미트 홈페이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 또 하나의 대박 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콩·버섯·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 제품을 만드는 비욘드미트입니다.

상장 첫날 비욘드미트는 공모가(25달러)보다 40.75달러 높은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가는 163%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보다 3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시가총액은 37억 7600만 달러(약 4조 39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후에도 65~75달러 사이를 오가며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요.

비욘드미트의 작년 매출액은 8700만달러(약 101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욘드의 시장가치는 매출액의 44배나 됩니다.

왜 사람들은 이 가짜고기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고기를 먹고 싶다면, 그냥 고기를 사서 먹으면 될 텐데 말입니다.

심지어 이 가짜고기는 일반고기보다 2배 가까이 비쌉니다.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비욘드미트는 227g에 1만 2900원, 100g에 5682원꼴입니다. 한우 뺨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도 비욘드미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이유는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건강·종교·동물보호·환경 등 각자가 가진 다양한 신념을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채식인연맹(IVU)은 2017년 기준 전 세계 채식 인구를 1억 8000만명로 추산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명이 채식을 하고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도 50만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2010년 150여 곳에서 2018년 350곳으로 늘었습니다.

콩고기와 차원 다른 비욘드미트의 가짜고기

현대판 공장식 축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 오염입니다. 너무 많은 곡물이 동물들을 살찌우는데 쓰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폐수·온실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중 40%가 소고기이지요.

오직 먹히기 위해서만 태어난 동물들은 허약합니다. 전염병이라도 돌면 속수무책이지요. 이런 동물들을 먹는 것이 과연 사람에게도 좋을까요?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도 고기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비욘드미트 이전에도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지방으로 만든 콩고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콩고기는 영양성분이 비슷할 뿐 고기 특유의 풍미를 구현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비욘드미트는 최대한 고기와 똑같이 만들려고 노력하는 회사입니다. 코코넛 오일과 빨간 채소인 비트를 써 핏물이 도는 듯한 육즙까지 재현했습니다. 특히 소나 돼지의 근섬유와 비슷한 섬유질까지 더해 고기 특유의 풍미, 육즙, 식감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난 3월 한국에도 진출해 국내에서도 이 가짜고기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욘드미트를 먹어본 이데일리 기자(※참고기사 [이성웅의 언박싱] 고기, 그 너머의 고기…‘비욘드미트’ 먹어보니)에 따르면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패티에서 육즙이 흘러나올 정도로 고기를 세심하게 재현했다고 합니다.

가짜고기 활용한 채식버거 선보인 맥도날드

이미 북미에서는 맥도날드, 버거킹, 디스,델타코, TGI프라이데이, 칼스주니어 등 많은 패스트푸드점들이 비욘드미트의 가짜고기를 활용해 채식버거, 채식타코 등을 선보였습니다.

비욘드미트가 기업공개(IPO)에 앞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욘드미트가 만드는 가짜고기는 진짜고기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줄이고 물과 에너지를 각각 99%, 46% 절약합니다. 같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차지해야 하는 토지도 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비욘드미트를 식품업계의 테슬라(미국의 대표적 친환경 전기자동차 업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수요 급증에 맞춰 비욘드미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7년보다 170%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매출총이익(GP)이 드디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대부분 식품회사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장률입니다.

다만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갈수록 가짜고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게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비욘드미트의 주요 주주였던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비욘드미트 상장 직전 비욘드미트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올 여름 신제품 테스트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지상 최대 IT박람회인 ‘CES2019’에서 콩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만든 고기를 선보여 호평 받은 ‘임파서블 푸드’, 소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근육세포를 배양하능 방법으로 고개를 ‘재배’한 모사 미트,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에 성공한 멤피스미트 등이 비욘드미트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신흥 강자들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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