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라기’ 이제 그만…면세·화장품업계 동남아에 '손짓'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시장 다변화…동남아 집중 공략
롯데免, 현지 관광 박람회 참가해 단체관광객 유치
화장품업계, 베트남·태국 진출 활발
  • 등록 2019-04-10 오전 5:15:00

    수정 2019-04-10 오전 5:15:00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방문했다.(사진=롯데면세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화장품업계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는 신흥시장인 데다가 K팝 등 한국문화에 우호적이어서 시장 공략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 시장 다변화에 나선 업계가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대만,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 관광객은 356만613명으로 전년 대비 67.3% 늘었다.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2위인 일본(19.2%)을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포상 휴가차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알리안츠 임직원 2000여명을 유치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본점을 찾았으며, 오는 25일에도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사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부터 동남아, 러시아 등으로 고객 다변화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해외 각지에서 열리는 여행·관광 박람회에 참석하고 현지 에이전트를 방문해 여행상품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4분기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동남아 관광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상승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경제 보복의 표적이 돼 직격타를 맞은 곳이다. 중국 정부가 제한적으로 단체 관광 재개를 허용했지만, 롯데와 관련한 영업장 방문은 지금도 불허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과 강원도 스키장 ‘엘리시안 강촌’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지난 3월까지 운영했다. 자국에서 눈을 보기 어려운 동남아권 관광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다.

애경산업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수도 호찌민에 위치한 롯데 레전드 호텔 사이공에서 ‘에이지투웨니스’ 론칭쇼를 진행했다.(사진=애경산업)
화장품 회사들도 ‘포스트 차이나’로 동남아를 점찍은 모양새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으며 박항서 감독의 활약으로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진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간판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로 지난달 베트남 공략에 나섰다. 대표 제품인 ‘에센스 커버 팩트’를 무기 삼아 베트남 화장품 전문매장인 ‘하사키 뷰티앤스파’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 ‘라자다’ 등에 입점했다. 앞서 2월에는 태국의 수도 방콕의 대형 쇼핑몰 2곳에 입점하기도 했다.

브이티코스메틱도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브이티코스메틱은 그에 앞서 2월에는 싱가포르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 물건을 싹쓸이하고, 우리 화장품이 중국 시장을 점유하던 시절에는 사드와 같은 대외적인 요인이 업계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드 사태로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일환으로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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