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대리운전 '긱경제'시대·…'틈새 일자리 창출' Vs '고용불안 확대&...

필요할 때만 임시직 고용하는 긱경제 전세계서 확산
저임금 노동자 양산…대부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유연한 고용시장 조성…비경제인구 복귀·취업난 완화
  • 등록 2019-03-19 오전 5:00:00

    수정 2019-03-19 오전 5:00: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작곡가 이형경(40·가명)씨는 새벽 2시 작업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뒤 배달애플리케이션으로 피자를 주문했다. 배달료 3000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새벽 시간에 문을 여는 가게를 찾느니 배달앱을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최근 차를 새로 구입한 이씨는 차량 광택 내는 법을 검색하다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차량 광택 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공고를 보고 계약을 했다. 이씨는 이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부업삼아 작곡 방법을 가르친다. 시간당 5만~7만원을 받는다.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기반으로 한 ‘긱 경제’(gig economy)는 이미 우리 생활 깊이 침투해 있다. 이씨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피자는 피잣집과 계약한 플랫폼 노동자가 자기 차량을 이용해 이씨에게 배달한다.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차량광택 내는법을 가르치는 사람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차량 광택을 내주는 개인사업과 교육을 병행하는 개인사업자이기도 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5년 전 세계적으로 5억4000명의 인구가 긱 경제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긱 경제는 노동 공급 방식, 일자리 규모, 산업구조를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임금 노동자 양산…대부분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그러나 긱 경제의 기반인 플랫폼 노동이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고 고용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업종이 다양해질수록 기업들은 정식으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는 노동은 누구나 손쉽게 수행 가능한 단순 노동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고용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을 통해 언제든 대체자를 구할 수 있는 만큼 많은 비용을 지부할 필요가 없어서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DBEIS)는 긱 경제 종사자 중 4분의 1, 약 70만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대다수도 최저임금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수의 전문직 프리랜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저임금 노동자라는 얘기다.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항상 일감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해고)해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의료보험이나 산업재해·고용보험, 자녀 학비지원 등의 혜택도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긱 경제가 전통산업을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할 경우 임시직 증가 등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득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유연한 고용시장
조성…비경제인구 복귀·취업난 완화

반면 긱 경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소득을 보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기업 홍보부서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부업으로 승차공유 플랫폼업체인 ‘타다’에서 운전기사 일을 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을 운전을 하면 10만원을 받는다.운행이 많든 적든 수입이 고정되고 근무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이씨는 “타다 운전기사들 중엔 나처럼 투잡, 쓰리잡 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은 이씨처럼 본 직업 외에 부업으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계약조건에 다라 자유롭게 근무시간과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원하는 업종도 고를 수 있다.

전업주부나 퇴직자 등 비경제활동 인구가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테면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던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쪼개 디자인 일을 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긱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실업률이 하락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48개 선진국 및 신흥국(전 세계 경제의 84%)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평균 실업률은 5.2%를 기록했다. 1980년 5.0%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아렌드 캡테인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이 낮아지고 긱 경제가 출현함에 따라 고용시장이 한층 유연해졌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긱 경제(Gig Economy):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임시직을 고용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다. ‘긱(gig)’이라는 단어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던 방식을 의미하는 말이다. 긱 공연은 즉흥적인 연주의 대명사로 통했다. 긱 경제는 고정돼 있지 않은 극단적으로 유연한 노동형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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