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이전까지 M&A(인수합병)보다는 자체 경쟁력 강화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방식을 주로 택했다. 하만 인수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인수 사례 가운데 최대규모였다.
지난해 8월 2021년까지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투자금액 가운데 20조원을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등 미래성장산업의 M&A(인수합병)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M&A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늘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트워크 분석전문기업인 지랩스를 인수해 5G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마지막 M&A 소식이었다.
연초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도체업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시 대규모 M&A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독립시켰다.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가 같은 사업부에 있을 경우 반도체 생산위탁을 거래처들이 꺼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비메모리 업계도 대만의 TSMC가 오랜시간 투자와 기술개발을 거듭해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단순히 자본과 기술력만으로 패권을 차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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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업계에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인 네덜란드의 NXP반도체와 세계 파운드리 3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삼성전자의 인수 고민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은 바로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다.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최대주주로 최근 이 부회장과 모하메드 UAE 왕세제가 잇달아 만나면서 매각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기술이 더 나은 상황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소품종 다량생산’의 특징을 지닌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5G와 반도체, 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삼성전자와 UAE 기업들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관한 논의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삼성벤처스와 삼성넥스트 등을 통해 미래육성사업과 관련이 있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 및 인수는 지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