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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중재 재판부는 미국의 WTO 판정 불이행에 따른 우리나라 대미 세탁기 수출 피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상한액을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 수준으로 판정했다. 양허 정지란 WTO 분쟁에서 이길 경우 승소 국가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패소 국가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부여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상품에 매년 950억원 규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연간 7억1100만달러의 보복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WTO에 신청했지만, 이중 12%정도만 인정됐다.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기간은 미국이 반덤핑 관세 부과를 중지할 때까지다. 양허정지는 일종의 이행강제금을 물리면서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액보다 금액이 대폭 줄어들어 미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어떤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지도 관건이다. 우리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품은 세탁기에 제한되지 않는다. 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미국산 상품에 총 950억원 한도 내에서 관세를 물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역확장법에 따른 자동차 232조 조치를 앞두고 있어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상품을 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어떤 상품에 관세를 물릴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중간재에 관세를 물릴 경우 국내 완제품 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소비재에 물릴 경우 소비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상계관세 1.85%는 별도),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8월 WTO에 이 사안을 제소했고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다.
미국은 제로잉 방식에 제동이 걸리자 한국산 세탁기를 첫 사례로 삼아 표적덤핑과 제로잉을 결합해 관세를 매겼지만 역시 패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규정에 따라 지난 2017년 12월26일까지 WTO판정을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자 우리 정부는 지난해 1월 보복관세 부과 허용을 신청했다. 미국 측의 협정 위반 조치로 인해 발생한 한국산 세탁기의 대미 수출 피해 만큼 우리 정부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의 양허정지 신청 수준의 타당성을 판정하는 WTO 중재 재판에 회부됐고, 이날 결과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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