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發 '임대주택 등록 대란'.. 신청인 몰려 구청 북새통

  • 등록 2018-09-05 오전 4:30:00

    수정 2018-09-05 오전 8:18:28

그래픽= 문승용 기자 *지자체 임대등록 신청시 사업자 등록 자동 신청 가능(일부 예외 있음)
[이데일리 정병묵 박민 기자] 서울시 A구청 주택과에서 근무하는 B씨는 어제 오늘 이틀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임대주택 등록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데다 구청에 직접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상대하느라 자리에서 일어날 틈도 없었다. B씨는 “구청을 찾아온 방문자 중 새로 임대사업자로 신고하는 분도 있고, 추가로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숫자를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법 개정 전에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임대주택을 등록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임대주택 등록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오류를 자인하고 빨리 수정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물밑에서 추진해야 할 일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밑에서 추진해야 할 일…섣부른 공개”

서울 종로·송파·성동·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평소보다 3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임대주택 등록 문의가 쇄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잔금을 치르기 전인데 임대주택 우선 등록이 가능한지, 분양권만 보유한 상태인데 임대주택을 등록할 수 있는지 등 문의 내용도 다양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는 정부 정책 노선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겠다며 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세 감면 확대와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각종 ‘당근책’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집을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관련 세제 혜택을 좀 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 전까지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관련 세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막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김현미 장관의 이번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여유자금이나 임대사업자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사들이면서 임대로 등록하는 이가 늘어났고, 세제 혜택과 시세 차익을 동시에 실현하는 일종의 ‘장기 갭투자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성급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 관련 세제 혜택은 국토부 단독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협조까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늦어도 올해는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언제부터, 얼마나 세제 혜택을 축소할지 등 구체적인 계획 없이 성급하게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오히려 시장에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제 혜택 축소 이후엔 전월세난 심화도리 것”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 장관의 이번 발언 때문에 일단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며 “등록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집주인은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주택을 보유·임대해야 하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고 이 때문에 집값이 더 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임대차 시장이 불안하고 임대주택 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던 것인데, 지금 여전히 임대차시장은 불안하고 임대주택도 부족하다. 갑자기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은 잘못됐다”며 “무엇보다 다주택자들에게 ‘당신들이 임대주택 공급자이고 시장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고 해 놓고 갑자기 혜택을 없애버리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시장 불안도 문제지만 그 이후도 문제다. 세제 혜택 축소 이후 임대 등록이 줄어들면 전·월세난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45%가 무주택자인데 이 사람들이 거주하는 전월세 주택 중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 등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 가량이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전·월세 공급 여건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로 민간의 전·월세 공급 상황이 안 좋아져서 또다시 주거 불안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토부와 기재부는 하루 빨리 논의를 거쳐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같은 시장 과열지역에 한해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임대로 등록하는 경우에 한해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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