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도담·중촌·고운·한솔·보람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는 평일인데도 아파트 분양권(새 집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매입을 문의하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5월 검찰이 아파트 불법 전매 수사에 착수한 상태이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분양권을 중심으로 다운계약서(양도소득세나 취득세를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거래 금액을 실제보다 낮게 쓰는 것) 작성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시 2생활권(새롬·다정동)에 이어 3생활권(대평·보람동) 분양권 전매 제한이 속속 풀리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프리미엄(웃돈)도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붙었지만 집주인이 세금을 덜 내려고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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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서 다운계약서 작성 의심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지난해 9월 ‘세종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2-2생활권(새롬동)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부터다. 이 지역은 초·중·고교와 상업시설, 근린공원 조성 계획에다 대형 건설사 참여 등으로 2년 전 청약 당시 큰 인기를 끌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7000만~1억원대로 치솟았다. 2-2생활권에 있는 ‘더샵힐스테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로얄층은 웃돈이 최고 1억원 가량 붙었고, ‘금성백조예미지’ 역시 7000만~8000만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분양권 거래가 늘면서 다운계약서도 성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세종시에 따르면 분양권 다운계약서 작성 의심 사례는 지난해까지 매 분기 7~8건이 보고됐지만 작년 4분기 155건에 이어 올해 1분기 150여건, 이후 2·3분기에도 100여건에 달한다. 실제로 다정동(2-1생활권)에 있는 ‘힐스테이트 세종2차’ 전용 59㎡짜리 분양권은 지난달 2억 3071만~2억 6215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에는 2억 2528만~2억 3377만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다. 보람동 ‘중흥S클래스에코시티’ 전용 84㎡ 분양권도 지난달보다 3000만원 떨어진 3억 3282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가를 낮추면 매도자는 양도세를, 매수자는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 보니 집주인뿐만 아니라 매수자 쪽에서도 다운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달콤한 유혹, 하지만 적발시 ‘세금 폭탄’
다운계약 등 분양권 불법 거래 행위는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전매 제한에서 풀릴 3·4생활권 아파트 단지들이 적지 않아서다. 세종시 남측 3생활권 일대 단지들은 최근 대전도시철도(지하철 1호선)가 세종시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4000만~5000만원 올랐다.
또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이 드러날 경우 매도자는 물론 매수자 역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다운계약서 적발 시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물론, 매도·매수인 모두 허위신고에 따른 과태료(분양권 취득가액의 5% 이하)가 부과된다. 아울러 매도자에게는 원래 납부해야 할 양도세와 신고불성실 가산세(납부세액의 40%)와 납부불성실 가산세(1일당 0.03%)도 추징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래 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어 다운계약의 유혹에 많이 빠지지만 그만큼 적발 시 처벌도 강력하다”며 “매도자는 물론 매수자의 책임도 큰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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