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인중개변호사 논란이 반갑지 않은 이유

  • 등록 2016-04-08 오전 5:00:00

    수정 2016-04-08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집 사고 땅 살 때 변호사입니다. 법은 가까운 데 있습니다.”

지난 2013년 개봉해 1137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변호인’에 나온 대사다. 극중 송우석 변호사는 1980년대 초반 부동산 등기 업무로 부산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된다. 망신이라며 깎아 내리던 부산지역 변호사들도 송 변호사의 ‘죽이는 아이템’에 저마다 부동산 등기 업무에 뛰어든다. 영역 침해라며 사무실 앞으로 찾아온 사법서사(법무사)들에게 송 변호사는 “잘못한 게 있으면 고발하라”고 맞받아친다.

영화 속 변호사와 법무사의 이권 다툼이 현실에서 변호사와 공인중개사로 번졌다. 영화에는 없던 고발도 실제로 일어났다. 최대 99만원의 중개보수(옛 중개 수수료)를 걸고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트러스트 부동산’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 5일 공승배(45)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고, 사건은 형사부에 배당됐다.

트러스트 부동산은 집 종류와 크기에 상관없이 중개보수를 최대 99만원만 받겠다면서 시장에 나타났다. 현재 10억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900만원(0.9%)을 부담하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을 이용하면 금액을 90%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1억짜리 빌라 전세 계약까지 이끌어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반값’ 중개보수에 고개 숙였던 공인중개사들은 경찰 고발까지 불사하며 트러스트 부동산을 막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도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변호사업계는 ‘직거래를 돕고 정해진 법률 자문료를 받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와 공인중개사의 영역 다툼으로 보이지만 관심은 99만원 중개수수료 시대를 여느냐, 막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사법 당국이 누구의 손을 들어도 양측의 기싸움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정작 내 집 마련 수요자들만 피곤해졌다. 동네 사정에 밝은 공인중개사의 정보와 트러스트 부동산의 저렴한 중개보수 중 무엇 하나 놓치기 싫은데 서로 자기 주장이 맞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수요자 입장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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