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의 복수, 또다른 복수를 부른다

  • 등록 2015-11-18 오전 4:01:01

    수정 2015-11-18 오전 4:01:01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수십대의 전투기가 출격해 IS 근거지로 알려진 시리아 락까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시리아 땅에 20차례 폭탄이 떨어졌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만의 일이다.

사실 파리 테러가 일어나기 전까지 프랑스 국민은 올랑드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에 찬성하지 않았다. 올랑드 대통령이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시리아 공격을 선언했을 때 프랑스 내부에선 반대 여론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파리 테러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프랑스에서 이제 시리아 공격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고한 파리시민의 절규를 목격한 프랑스 시민은 ‘복수’라는 단어를 품는다. 올랑드 대통령을 “테러리즘을 뿌리 뽑겠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중동 민간인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프랑스 공습에 따른 시리아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리아는 이미 참혹한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25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장기화됐다. 독재자를 몰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각자 주판알을 튕긴 전략적 선택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시아파인 알 아사드 시리아정권을 몰아내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수니파 정부를 수립하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강대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수많은 시리아인이 목숨을 잃었다.

테러리스트 한 명을 사살하기 위해 드론(무인기)를 사용하면 평균 8~9명의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인들은 생존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난민 길에 오른다.

이슬람 문화에는 복수의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다. 가족의 부당한 죽음에 대해서는 반드시 피로 복수하는 ‘인티캅’(Intiqm)의 문화다. IS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이들 역시 희생된다. 그들 가족은 또다른 복수를 맹세할 것이다. 이미 IS는 다음 목표가 미국 위싱턴이 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지금은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냉정을 되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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