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동아제약' 주식 다 팔았다…8년만에 결별

지난달말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3.7% 장내매도
2008년 9%대 확보 이후 7년만에 보유지분 전량 매도
적대적M&A 가능성 소멸.."연구비 확보 차원 투자 회수"
수익률 58% 차익 `424억`
  • 등록 2015-05-11 오전 5:00:00

    수정 2015-05-11 오전 8:55:54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옛 동아제약 주식을 모두 팔았다. 주식 매입을 시작한 2007년 이후 8년만이다. 이로써 잠재했던 한미약품의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동아에스티(170900)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소멸됐다.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으로 M&A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주식을 팔아 수백억의 연구비 재원을 마련하는 실리를 챙겼다.

11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지난달 말 보유 중이던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식 16만8499주(3.76%) 전량을 처분했다. 한미사이언스가 12만1749주(2.72%), 한미약품이 4만6750주(1.04%)를 각각 장내에서 팔았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에스티의 주식 한 주도 보유하지 않게 됐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왼쪽)·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한미약품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동아제약 지분 매입에 나섰고 2008년 3월 보유 지분율을 9%대로 끌어올렸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한미약품이 가지고 있던 동아에스티 주식 23만1727주를 시간외매매로 동아쏘시오홀딩스에 넘겨주는 등 6개월만에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하며 8년간 이어왔던 인연을 정리했다.

한미약품의 주식 처분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적대적M&A’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한미약품은 줄곧 지분 보유의 이유로 “단순투자 목적일 뿐 적대적 M&A와 무관하다”고 했지만 과거 동아제약 지배구조가 취약한 탓에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동아제약이 경영권 분쟁을 겪을 때마다 한미약품은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았다. 2013년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하며 동아제약 경영진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아쏘시오홀딩스가 2013년 지주사 전환 이후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한미약품의 영향력은 축소됐고 결국 지분 전량매각을 결정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비용 조달이 절실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제약사중 가장 많은 1525억원을 쏟아부으며 왕성한 R&D활동을 전개 중이다. 매출의 20% 가량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표적항암제 등 총 10여개의 신약을 개발 중인데, 임상단계가 거듭될수록 투입해야 하는 연구비는 증가하는 구조다. 경쟁업체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일라이릴리와 업계 최대 규모인 6억9000만달러 규모의 신약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R&D 성과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옛 동아제약 지분 매입에 총 734억원을 투입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지분 매각에 따른 시세 차익으로 424억원을 가져갔다. 무려 수익률은 57.8%에 달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에스티의 지분 매각으로 1158억원을 확보, 1년치 R&D 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입장에서도 한미약품이 매각한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를 마련하고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바이오 당뇨신약 등 신약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약품의 주식 처분으로 녹십자(006280)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녹십자는 지난해 일동제약(000230)의 지분율을 29.36%까지 끌어올리면 일동제약 최대주주(32.52%)와의 지분율 격차를 3.16%포인트로 좁혔다. 당초 녹십자도 일동제약의 주식 보유의 이유에 대해 ‘단순투자 목적’ 입장을 견지해오다 지난해부터 일동제약의 경영 개입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일동제약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와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경영진 입성을 노렸지만 불발된 바 있다.

녹십자는 지분 추가 매입이나 매각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만약 녹십자가 지분을 추가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본격적으로 적대적 M&A 의도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녹십자 측에서도 부담이다.

한미약품처럼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분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십자는 2012년부터 일동제약 주식을 매입하면서 총 738억원을 투입했는데, 지난 8일 종가 기준 주식 가치는 1439억원으로 95.0%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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