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지방에서 객실을 분양 중인 K·P·S호텔 등 3곳의 시행사는 지난달 미국 기업인 윈덤으로부터 경고성 공문을 받았다. 윈덤은 ‘라마다’, ‘하워드 존슨’, ‘데이즈 인’ 등 자사 브랜드를 활용해 호텔 프랜차이즈 체인사업(가맹사업)을 하는 미국의 대형 호텔·모텔 투자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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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약 조건이다. 계약서 상에 시행사가 호텔 준공 전에는 윈덤의 브랜드 이름과 마크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못박아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가 들어간 분양 광고 등 판매·마케팅 활동이 모두 금지되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을 짓기 전에 객실부터 분양했다가 부도라도 나면 분양 계약자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가맹 본사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 업체간 치열한 판촉 경쟁이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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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따로, 운영 따로… “시행사가 호텔 준공 후에도 책임져야”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분양형 호텔 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통상 분양형 호텔의 경우 개발 시행사가 호텔 운영이 아닌 분양을 통해 수익을 얻은 뒤 사업에서 발을 빼는 구조다. 애초에 외국계 호텔기업과 가맹 계약을 맺는 목적이 객실을 잘 파는 데 있을 뿐, 장기적인 운영과 품질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유명 브랜드를 사용하는 분양형 호텔업과 일반 가맹업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세계적인 유명 호텔 이름을 내건 분양형 호텔업체 상당수가 향후 실질적인 객실 운영은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위탁 운영업체)에 전적으로 맡겨둔 상황이다. 윈덤 같은 가맹 사업자 역할은 초기 호텔 설계에 관여하고 운영 노하우를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행사가 브랜드를 활용해 분양에만 열을 올리고 운영은 영세업체에 떠넘기면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호텔 준공 후에도 시행사가 일정기간 동안 사업을 책임지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진 분양형 호텔의 관리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용건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관광진흥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등급을 심사하는 관광호텔과 달리 일반 숙박시설인 분양형 호텔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팔면 손을 떼듯 껍데기만 유명 호텔이 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의무 심사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제도 보완을 검토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