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3D프린터 수출로 제2의 셀트리온 될 것"

유석환 로킷 대표이사 인터뷰
"3D프린터는 맞춤형 생산소비 시대 혁신의 아이콘"
"데스크탑 시장 공략해 3년 뒤 기업가치 1조, 증시 상장 목표"
  • 등록 2014-07-15 오전 7:00:00

    수정 2014-07-15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저는 비전을 파는 남자입니다. 셀트리온에서 그랬듯 3D프린터로 또 한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겁니다.”

셀트리온(068270) 헬스케어의 창립 멤버로 이 회사 사장을 지내며 전 세계에서 수 조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그가 이번엔 3D프린터 사업을 점찍었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유석환(사진) 로킷 대표이사의 비전과 철학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확고했다.

3D프린팅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산업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3D프린터가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제3의 산업혁명’이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10대 기술 중 하나에 3D프린터가 포함되는 등 전 세계가 3D프린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술 개발과 시제품 출시 정도의 태동기에 불과하고 거대 자본이 유입된 상황도 아니다. 엄청난 파괴력에 대한 막연한 상상만 있을 뿐 3D프린터가 바꿔놓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도 그려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 유망한 산업을 외국기업에 내줄 수 없다며 전 세계 시장 석권을 목표로 3D프린터 개발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길에 또다시 스스로를 올려놓고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서 3D프린터까지

3년 전만 해도 유 대표는 바이오복제약을 파는 남자였다. 1980년대 대우그룹에 입사한 그는 30대 후반에 최연소 전무이사가 됐다. 이후 미국 다국적 기업인 타이코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수석 부사장을 역임한 뒤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대우자동차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셀트리온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셀트리온에서 고생한 기억을 이야기하자면 사흘 밤을 떠들어도 부족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가 셀트리온 헬스케어 대표로 세계 120개국을 돌아다니며 회사를 키운 결과, 현재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수년간 격무에 시달린 결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 당분간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셀트리온을 떠난 지는 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탁월한 공로를 인정받아 셀트리온의 수석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후 등산을 통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그는 그동안 쌓은 각종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로킷은 그 결과물이다.

‘에디슨’의 꿈을 현실로

로킷은 올해 설립 3년차의 3D프린터 제조업체다. 그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을 지난 4월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멀티형 데스크탑 3D프린터인 ‘뉴 에디슨 시리즈’ 3종을 출시한 것. 로킷은 하반기 중 6종의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력에 대한 로킷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유 대표는 “국내 선발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속도가 3~4배에 달하고 정밀성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수하다”며 “보통 3D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는 플라스틱 정도이지만 에디슨은 금속, 나무 등 50여가지가 가능한 최상의 스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D프린터로 한국을 포함해 유럽, 미국에서 모두 승인받은 곳은 로킷이 유일하다”며 “애초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췄고 수십년의 경험을 지닌 글로벌 업체 스트라타시스나 3D시스템즈와 견주어도 전혀 기술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의 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로킷은 최근 3D프린터 업계의 권위자인 앨런 맥클러 회장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3D프린팅 전시회 ‘인사이드 3D프린팅 컨퍼런스 & 엑스포 2014’에서 로킷은 ‘에디슨 플러스’와 신제품 ‘뉴에디슨 시리즈’를 함께 선보였고, 유 대표는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 행사를 다녀간 앨런 회장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로킷의 3D프린터 제품에 대해 “놀랍고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앨런 회장은 지난해 3D프린팅 트레이드 쇼를 설립해 현재는 나스닥에 상장된 ‘3D프린팅 앤 테크놀로지’라는 뮤추얼펀드의 대표로 있다.

로킷은 SK텔레콤(017670)과 업계 최초로 제휴를 맺기도 했다. 지난달 로킷은 SK텔레콤과 3D프린터 ‘에디슨 멀티’ 납품계약을 맺고 서울과 수도권 40여 대리점에 공급을 완료했다. SK텔레콤 40여개 대리점 매장에 3D프린터를 설치해 고객들이 자신만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제작하게 하는 등 3D프린터의 대중화 시대에 한발 다가서는 성과를 이뤘다.

유 대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선발주자보다 비교 우위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SK텔레콤과 3D프린터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3D프린터도 PC처럼..“대중화 앞장설 것”

대부분의 업체가 산업용 3D프린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로킷은 다소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PC처럼 3D프린터도 언젠가 각 가정에 한 대씩 비치하는 필수품이 되리란 기대 속에 가정용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의 방향도 산업용 대형 제품보다 중소형 데스크탑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다양한 개인 욕구를 충족하는 맞춤형 생산소비의 시대로 옮겨가면서 데스크탑 3D프린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유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제품을 다양화해도 3D프린터는 디자인만 바꾸면 그만”이라며 “커스터마이징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엄청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로킷은 3년 뒤 전세계 데스크탑 3D프린터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최소 500억원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유 대표는 “2017년에는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의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며 “1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만들어 증시에도 화려하게 입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최소 3곳에 거점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컬러 3D프린터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로킷은 현재 30개국에 3D프린터 샘플을 보낸 상태로 올해만 수출 규모가 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4억원 규모의 가정용 3D프린터 100대를 러시아에 수출했고, 일본 시장 진출도 초읽기 상태에 있다.

로킷은 코스닥 상장사 씨티엘(036170)이 지난해 말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분 20%를 보유 중이고, 30%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양측은 신제품 유통과 판매 협력, 3D프린터 원료의 공동 판매에 관해서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의 ‘탤런트 자본주의(직원들은 회사에 재능을 기부하고, 회사는 그 대가로 주식을 나눠준다는 의미)’ 원칙에 따라 상당 지분을 회사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유석환 대표는…

1957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대우자동차 폴란드 유럽본부 전무이사를 지냈다. 이후 2001년 타이코 인터내셔널로 자리를 옮겨 한국 사장을 지낸 뒤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수석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7년 돌연 귀국해 바이오 회사인 셀트리온 헬스케어를 창립하고 전세계 수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따냈다. 저서로는 ‘가가와 싸이처럼 금기를 깨라(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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