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야 싸움에 씩 웃는 관료들

  • 등록 2014-06-19 오전 6:43:31

    수정 2014-06-19 오전 6:43:3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순진하다고 여길진 모르지만,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對)정부 견제라고 기자는 믿는다. 지난 수십년간은 정부 일변도의 정책이 가능했다. 하지만 다원화된 불확실성의 시대, 관료들의 판단만 믿기엔 위험해졌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에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여야는 올해초 국감을 6·9월로 분리해 실시하자고 합의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올해부턴 예산안이 11월30일 이후엔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3년간 헌법상 예산안 통과시한(12월2일)을 한번도 지키지 않았다. 늑장처리가 습관화된 마당에 9월 정기국회에서 있을 국감 일정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분리 국감을 위해서는 감사시작부터 3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실시하도록 된 국정감사 및 조사법을 우선 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야는 몇달간 이를 방치했다. “6월 차기 원내지도부가 더 논의해야 한다”고 했으니,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대신 여야의 관심은 6·4 지방선거 등에 쏠렸다.

지난 4월16일 국회 운영위 소위가 이를 잘 보여준다. “6·9월에 속성으로 국감을 실시하는 것도 문제다.”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 “(법률에 분리 국감이 가능한) 근거만 만들어놓자.” (정성호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 “일단 넘어가자.” (윤 원내수석) 이렇게 또 두달이 흘러갔다.

분리 국감이 다시 화두다. 여야간 최근 19대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인 게 분리 국감 탓이다. 여당은 법 개정 후에, 야당은 이번달 안에 하자고 한다. 그런데 상반기 내내 밍기적거렸던 여야는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올해 분리 국감은 돼도 문제이고, 안돼도 문제이다.

야당 한 보좌관의 토로다. “국감을 일주일 만에 준비하라고? 그거야말로 혈세낭비 아닌가.” 졸속 국감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통상 보좌진들은 국감 준비에 두달 가까이 할애한다. 반대로 분리 국감이 실시되지 않아도 문제는 많다. 예산안 심사가 대강 이뤄질 수 있어서다. 여권 한 경제통 의원은 “내년 예산은 국회의 입장이 예년보다 더 적게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기자는 여야가 분리 국감에 대한 올해 논의를 꼼꼼하게 복기해봤으면 좋겠다. 지방선거 등에 매몰돼 본래 임무를 소홀히 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여야가 정치논리만 들이대며 싸울때 정부관료들은 뒤에서 씩 웃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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