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 1층 입구에서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쪽에 자리한 원탁에 앉았다. 165㎡(50평) 남짓한 실내에는 제주도 섬 모양을 본 딴 대형 조형물과 벽 양편에 가지런히 세워둔 홍보 인쇄물, 그 중심에 상담용 탁자 6개가 놓여 있었다. 5분 뒤 종이 뭉치를 들고 나타난 권영찬(가명) 부장이 이렇게 입을 뗐다.
호텔 투자 상담을 청했다. “잘 오셨어요. 요즘 오피스텔 너무 많죠. 공급 과잉 때문에 수익률이 안 나온다고 호텔로 갈아타신 분들이 많습니다. 투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권 부장이 권하는 투자 상품은 제주 국제공항 근처에 들어설 A호텔이었다.
|
총 200여실 중 공급면적 40㎡짜리 1실(분양가 1억6000여만원)을 분양받으면 호텔 준공 후 1년간 11%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고 했다. 연간 수익금이 1700만원을 웃돈다.
“대출을 안 받겠다면요?” 그럼 수익률이 쪼그라든다. 투자금이 커졌지만 돌려받는 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1억6000만원을 투자해 1년 동안 1280만원을 받으니, 수익률이 연 8%다. “대출 없이 한 채를 분양받느니 대출 50%씩 끼고 두 채 잡으세요.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실투자 금액이 줄고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작은 돈 굴려 많이 남기는 게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기본이죠.” 권 부장이 귀띔했다.
A호텔 모델하우스와 5㎞ 떨어진 B호텔 모델하우스에서 내건 조건은 더 파격적이었다. 제주공항 인근 해안가에 짓는 이 호텔은 분양가는 A호텔과 비슷했다. 하지만 확정 수익 보장기간이 무려 5년이었다. 1억5000만원짜리 객실을 대출 50%를 끼고 분양받으면, 업체가 준공 후 첫해 1200만원(대출 이자 지원 375만원 포함), 이후 4년간 매년 825만원씩을 지급한다. 대출 이자를 뺀 수익금이 5년간 총 3000만원에 이른다. 실투자금 7500만원의 40%를 조기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마술의 효력은 어떻게 보장할까. 결국 종이 한 장이었다. A호텔은 확정수익 지급 보증서를, B호텔은 위탁운영 계약서를 꺼냈다. 법적 효력은 있지만 지급을 확신할 수 없는 채권이었다. 이행보증 장치나 담보물이 없어서다. 확정수익 보장기간이 끝나면 A호텔은 1년마다 위탁업체와 수익률을 조정해 재계약한다고 했다. B호텔은 5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진다.
확정 수익이란 손에 잡힐 듯한 ‘신기루’를 벗기면 호텔 투자도 타 상품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투자란 미래(관광수요)를 내다보는 행위다. 구체적인 금융 조건을 묻자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A호텔 모델하우스에서는 이사가 나타나 먼저 계약한 수분양자들의 명단을 보여줬다. 수익 전망을 밝게 본 계약자가 이렇게 많으니 망설이지 말고 투자에 나서라는 뜻이다.
모델하우스를 떠나기 전, 권 부장이 은근히 속삭였다. “마지막 남은 3실을 계약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황금 열쇠’를 주기로 했습니다.” B호텔의 이 팀장은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임의로 깎아줬다. 일단 100만원만 선입금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나중에 내도 좋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