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상황 더 나빠질 것…학교 역할이 중요”

  • 등록 2013-06-14 오전 7:22:00

    수정 2013-06-14 오전 7:22:00

이수정 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의 경기대 연구실에서 인성교육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사진=경기대학교)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대학을 취업학원이 아닌 학문의 전당으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대학인‘(大學人)들이 있다. 명강의로, 학문적 성취로 존경받는 교수들을 찾아 그들의 가르침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성범죄자라고 해서 유별나게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다거나, 사람이 아닌 모습을 가진 경우는 별로 없어요.”

하루에도 몇 건씩 성범죄와 살인사건이 뉴스를 뒤덮는다. 이수정(49) 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마음을 읽고 연구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원래 전공은 ‘정서’였어요. 지능은 정상인데 유독 타인의 정서만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찾다 보니 ‘사이코패스’로 연결이 됐죠. 그렇게 시작한 연구가 지금까지 왔어요.”

지난 10년간 그녀가 지켜본 국내의 범죄 상황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확실히 성폭력은 늘고 피해자는 어리고 무기력한 사람들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한 성범죄가 많아졌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이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가정의 붕괴’를 지적했다. 이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요. 이미 사회가 해체의 길로 들어섰고 돌이키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죠. 지금같이 경쟁적인 사회 속에서 가정을 대체할만한 공동체를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할까 싶어요.”

때문에 이 교수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수습이 아닌 예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당장 도입해야 할 제도로 ‘아동유인방지법’을 꼽았다.

“온라인에서 아동을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보는 거죠. 현재는 실제 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진 범행을 의도했다는 것이 명백해도 처벌을 할 수가 없어요. 이제는 예방을 위한 법률이 필요해요.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스코틀랜드에선 만15세 미만의 아동을 인터넷으로 유인하는 행위가 고의적이고 상습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면 7년까지 징역을 줄 수 있어요. 제한적으로 함정수사도 할 수 있죠.”

인터넷 게시판에 미성년자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성매매가 가능한 상황을 유도하는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경찰이 인터넷 게시판에 ‘나는 12살인데 가출했다’는 식으로 글을 올렸을 때 성매매나 성폭행이 가능한 상황을 유인하는 댓글이 달리면 이 또한 모두 증거로 수집된다. 만약 상습적으로 글을 올린 사람이 추적되면 처벌도 할 수 있다.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고 바라본 그녀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전 인간은 본능적 존재라고 믿어요. 결국 가정과 학교에서 본능적 욕구를 잘 통제하는 법을 배워서 습득해야 하는 거죠. 누구나 성욕은 있어요. 어떻게 유아기와 초등학교 시기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성범죄자가 되는 거죠.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동기 체제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무엇보다도 가정의 역할을 대신해 줄 교육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 교육이 과거에는 가정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가정에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제는 교육 현장에서 이뤄져야 해요. 학교와 교사를 평가할 때 학생의 성적 같은 성취도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학생의 인성 교육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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