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벌어 땅 사는 기업 위해 세금 깎아준다니…

  • 등록 2013-04-17 오전 6:41:04

    수정 2013-04-17 오전 6:41:04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4·1 종합부동산대책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잡티’가 있다. 기업이 땅을 팔 때 내야하는 법인세를 대폭 낮추겠다는 방안이 그것이다. 누가 봐도 어색한 조합이다. 이번 대책의 공식명칭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었다. 기업의 땅세를 깎아주는 건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시장 정상화 그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관련보도 본보 16일자 23면]

정부가 손보겠다는 건 법인(기업)의 ‘비사업용 토지 추가과세’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 때 기업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회사가 투자 목적으로 산 땅을 되팔 땐 본디 차익의 10~22%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추가 과세가 적용되면 여기에 30~40%의 세금을 더 때린다.

정부는 추가 과세 적용이 당장 시기적절치 않은 제도라고 말한다. 도입 당시야 부동산 활황이었으니 규제가 필요했지만 시장이 침체된 지금은 ‘한겨울에 걸친 여름옷’일 뿐이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정이 어려워 땅을 팔아야 하는 기업에게 피해가 되는 등 부작용만 남아 작년에도 폐지하려 했지만 정치권에 밀려 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장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실제로 국내 토지시장은 주택시장만큼이나 얼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전국의 토지거래 면적은 최근 7년 새 매년 감소했다. 2006년 약 3300㎢였던 거래면적은 작년 1800㎢로 급감했다. 기업이 사고 판 땅도 대폭 줄었다. 한 해 동안 법인이 거래한 토지면적은 2006년 966㎢에서 지난해 452㎢ 가량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단순 거래량과 땅값 추이만 보고 폐지를 운운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다. 한국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부동산에 붓는 나라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토지시장이 위축된 지금도 땅을 팔기보다 사들이고 있다. 여전히 처분하는 것보다 신규로 매입하는 토지가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업이 새로 매입한 땅은 팔아치운 것보다 약 100㎢ 많았다. 여의도면적(2.9㎢)의 33배에 달하는 토지를 새로 사들인 것이다. 단순히 ㎡당 지가를 1만원으로 계산해도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이윤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정부의 이번 폐지방침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그래서다. 한 입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애원하면서도 다른 입으로는 세금을 깎아 기업의 땅 사고파는 문턱을 낮추겠다니 이 무슨 모순인가.

죽은 땅에 묻힐 기업의 이윤을 산 사람에게 투자될 수 있게 유도하는 일이 정부의 할 일이다. 굳이 거래세를 폐지해야 겠다면 기업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보유세를 높이는 등 대안을 찾으려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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