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자살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오명을 7년째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 12.6명을 월등히 앞선 채 1위를 고수했다. 자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일종의 사회트렌드로 간주하며 무감각해지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자살이 만연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이 극도에 이르렀고 구성원들에 살아갈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심각한 수준의 청소년·노인 자살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인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것은 안타깝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인구는 10만명당 13명에 달하고 있다. 삶에 대한 희망과 원대한 계획으로 가득차야 할 젊은이들은 ‘무조건 남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위주의 입시교육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세계가 황폐화하고 있다. 여기에 무자비한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의 사회분위기도 자살을 부추기는 일종의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경쟁에 물든’ 기성세대들은 대책마련에 소극적이다.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81.9명으로 OECD 평균의 2.6배나 될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 노인 자살에는 건강 악화, 사회적 단절, 우울증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경제적 빈곤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 평균보다 3.4배 높다. 급속한 고령화에다 핵가족화와 사회안전망 부재로 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자녀는 부모들을 모시길 꺼리고 국가도 이들을 돌보지 않고 있다. 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남은 후대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선 안된다.
◇쥐꼬리만한 복지와 자살 예방 예산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없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예산은 연간 20억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추산대로 연간 10만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고 볼 때 예산 규모로만 보자면 자살을 방치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은 대부분 예방가능하다. 정부가 보건, 사회 등 관련 부문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원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살시도자 상담 등 집중적인 자살 예방정책으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는 노인 복지를 강화하고 자살예방 예산과 인력을 늘려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