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정관리 건설사 치부 드러낸 이유는

  • 등록 2012-05-17 오전 6:00:00

    수정 2012-05-16 오후 10:41:1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7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회사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이 파산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처참합니다.”

지난 14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주최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 이 자리에서 김규현 풍림산업 노조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어렵게 입을 뗐다.

풍림산업 전 직원들은 최근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5년 전 회사가 떠넘긴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게 화근이었다. 당시 회사는 대규모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의 명의를 빌려 분양을 마쳤다. 금융권으로부터 집단대출을 받기 위한 조처였다. 직원들에겐 되사준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의 경영권이 법원으로 옮겨지자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직원들의 몫으로 떠 넘겨졌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직원이 얽혔다. 650여명의 직원이 1~3채의 집을 떠안았다. 집값만 3억에서 최고 18억원. 한 달 은행이자만 150만~5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직원들은 당장 이달부터 은행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두운 일면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놓고 이에 따른 부실 경영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떠넘긴 건설사들의 잘못이 크다. 더군다나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해 준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은행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다보니 사실상 방조한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회사가 망해도 직원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도 결코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 역시 이런 태도를 보이다 보니 대형건설사도 분양이 신통치 않을 때 이런 식으로 집단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뒤집어 보면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감쳐져왔던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부실 경영에 따른 책임이 직원들에게 전가되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설사·은행 두 주체 모두 각자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암묵적으로 거래를 했겠지만, 매번 그렇듯 마지막 남는 피해자는 항상 약자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듯해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 관련기사 ◀ ☞법정관리·워크아웃 건설사들의 하소연 ☞풍림산업 부도에 불안한 계약자 ☞풍림 부도, 우리 Vs 국민·농협 `네탓 공방` ☞풍림산업, 회생절차 개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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