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3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파이시티 로비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한데 이어 이날 박 전 차관을 소환해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 정치권 제각각 주판알 튕기기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잇따라 터져 나오는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각각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다. 야당은 로비 의혹 수사를 넘어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공세를 펼쳤고, 여당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선자금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축소수사에 대해 규탄한다”며 “검찰에 최시중 게이트와 관련해서 대선불법자금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결국 최 전 방통위원장을 뇌물잡범 수준으로 취급하는 영장만 청구돼 집행됐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MB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 천신일, 신재민, 최시중, 박영준으로 등장인물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모두 축소수사 혹은 수사를 착수하지 않고 개인적인 비리로만 몰고 가고 있다”며 “검찰의 정권실세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점입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검찰이 아무리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고, 쌓이고 쌓인 국민의 분노가 검찰과 정권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은 이제라도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고 이명박 정권의 온갖 비리와 범죄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진상규명 태도라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의 총체적 부정이 드러났다.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앞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당선인들도 모두 사퇴하라”며 진보당의 부정경선 사태를 비난하면서도 박 전 차관의 소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최 전 방통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한 이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 “검찰은 사전 정지 작업할 뿐” 의견도
그러나 현 정권과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차별화가 분명한 만큼 여권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다르게 보고 있다”며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는 과정이 야권의 국정감사 등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야권의 반사이익도 크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지금 최 전 방통위원장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 않나”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본다”며 거침없이 현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사과를 하신다고 해도 그 사과를 진솔한 것으로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대통령 자신도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등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야말로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검찰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가 된 게 아니다. 박근혜의 앞길을 청소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진보개혁진영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흘러간 물’인 MB 및 그 추종자가 아니라 ‘미래권력’ 박근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파이시티 사업은 양재동 225번지 일대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17㎡에 지하 6층~지상 35층, 연면적 75만8606㎡ 규모 물류시설과 오피스·쇼핑몰 등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최 전 방통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브로커 이동율씨로부터 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