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한 거죠." 지난 1976년 김해공항 인근의 황량한 늪지대에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들어섰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방위산업 육성 정책을 강조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본부가 탄생했다.
시작은 어설펐다. 기술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35년여가 지난 지금. 본부는 항공기 제조와 정비, 수리, 무인기 연구개발 등을 진행하며 국내 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대한항공(003490)이 지난달 30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공개했다. 서울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상공을 1시간 가량 날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 너머로 테크센터 건물 수십여동이 눈에 들어왔다.
◇ 민항기 중정비·개조 사업.."꽃단장 해드려요"
테크센터 공장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페인트 행거`였다.
"지난 98년 8월 30일부터 총 294대가 여기서 새 옷을 갈아입었죠." 이 도장공장의 강만수 수석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20여개 항공사가 이 공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같은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다른 곳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이 강 수석감독의 답변. 이 공장은 아시아 최초로 친환경 공법을 도입했다. 공기의 흐름을 조절해 공장 내부의 먼지 등을 처리, 가장 적합한 근로 환경을 만들었다.
도장공장을 거쳐 민항기 중정비가 한창인 격납고로 향했다.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항공기의 엔진과 동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14살 먹은 노후 항공기의 부품이다. 이 항공기는 1년 6개월~2년에 한번 받는 정기검사(C체크)를 받기 위해 분해돼 있었다.
격납고는 항공기의 신체검사장이다. 결함을 찾아내고 문제가 있으면 수리를 받는다. 대한항공 항공기를 포함, 세계 주요 항공기 100~120대가 매년 들른다.
◇ 군용기 공장..`항공산업 서막 연 500MD 정비 중`
군용기 공장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전쟁영화에서 볼 법한 군용기들이 가득했다. 각자 창정비, 수명 연장 및 성능개량 등을 위해 공장 문을 두드렸다.
가장 눈에 띤 건 500MD. "제일 처음 만든 모델이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시발점입니다." 군용기 공장 관계자가 말했다. 500MD는 대한항공이 미국 헬기 제작사인 휴즈와 생산 계약을 체결해 양산한 국내 최초의 헬기다. 현재는 생산이 중단됐다.
| ▲ 500MD 항공기 창정비가 모두 완료된 후 엔지니어들이 출고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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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탱크킬러인 A-10, F-15 등 내로라하는 군용기들도 눈에 띄었다.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성과기반 군수지원 시스템`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의 정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민항기 구조물 제작 `박차`.."2015년 매출 1조원"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현재 보잉과 에어버스 최신기종인 B787, A320, A350의 날개 및 동체 구조물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실제 B787 동체 구조물을 만드는 복합재2공장에서는 자동적층장치가 실타래처럼 직물을 한겹씩 감아 구조물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건영 민항기 공장 사업관리부장은 "대한항공은 구조물 설계에서 개발, 제작, 시험 및 인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 ▲ B787 항공기의 후방동체 제작이 완료된 후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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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민항기 구조물 제작 수출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다. 올해부터 A350, A320 항공기 구조물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전체 매출이 4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민항기 구조물 제작 비중의 경우 60%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01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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