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78.41포인트(0.72%) 하락한 1만751.27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23포인트(1.11%) 내린 2344.52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9.21포인트(0.80%) 떨어진 1137.03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엇갈린 경제지표를 반영하며 장 초반 혼조세를 나타냈다. 전체 공장 주문이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내구재 주문이 증가한 점이 희망을 줬다. 잠정 주택 판매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확인시켜줌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국채 매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다우 지수는 한 때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미국 기업들의 투자의견을 낮추면서 주요 지수는 급격한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MS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 하락을 이유로 `매수` 추천을 철회했고, 메이시즈에 대해서는 `중립`을 제시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번주 실적을 내놓는 알코아에 `매도`를 권고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불안감이 다시 높아진 영향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점도 상품 가격 하락을 통해 에너지주와 원자재주에 부담을 줬다.
◇ 금융·원자재·기술주 일제히 하락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블루칩 가운데 하락 종목이 24개에 달했다. 특히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알코아, 인텔의 낙폭이 2~6%대에 달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S&P500의 주요 업종별 지수 가운데서는 원자재, 산업, 기술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알코아와 함께 이번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코스트코와 펩시코는 0.75%, 0.19%씩 하락했다.
어닝시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유로존 위기 우려까지 겹치며 에너지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엑슨모빌과 셰브론이 각각 0.56%, 0.78% 하락했고, 코노코필립스, 체사피크에너지 등이 1~2%대 밀렸다. 원자재주 중에서는 US스틸이 2.77%, 뉴몬트마이닝이 1.48% 빠졌다.
은행주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이 1% 안팎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카드사 아멕스는 미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는 소식에 6% 넘게 급락했다.
기술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애플은 증권사 타이콘데로가의 `매수` 추천에도 불구하고 1.37% 하락했고, 마이크론, AMD, 인텔은 8월 반도체 매출이 1.8% 증가했다는 반도체산업협회(SIA)의 발표에도 주가가 1~4%대 떨어졌다.
◇ 경제지표 방향 엇갈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부진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미 상무부는 8월 공장주문이 전월대비 0.5% 감소한 408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0.4% 감소보다 부진한 결과다.
공장주문 감소는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 부문이 주도했다. 자동차 관련 주문이 3.6% 줄었고, 비군사용 항공기 주문은 40.2% 감소했다.
동시에 발표된 8월 잠정 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며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잠정 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4.3%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 잠정 주택 판매가 2.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 플로서 총재 자산매입 반대 입장 재확인
이처럼 경제지표가 느린 회복세를 확인시켜준 가운데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또 한 차례의 자산 매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플로서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2차 양적완화에 반대한다"며 "추가 완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 연준은 우리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할지, 조치가 효과가 있을지, (시장과) 어떻게 소통할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내년 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향후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이 더 취약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2차 양적완화가 실질 장기 금리를 낮추거나 장기적으로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한두 달 동안의 디플레이션이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플로서 총재는 지난달 29일 연설에서도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크지 않다"며 국채 매입에 반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