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 ''노다지'' 터졌다

베트남 시장 전면 개방… 각국 유통 브랜드 "73조원 시장 잡아라"
美 서클 K·獨 메트로한국 롯데마트·이마트말레이시아 팍슨…
각국 대표 선수들,그들이 펼치는''베트남 상륙작전'' 속으로
씀씀이 큰 10~20대 인구 증가… 베트남 소비사시장 급팽창
  • 등록 2009-07-04 오후 5:33:00

    수정 2009-07-04 오후 5:33:00

[조선일보 제공]


 




지난달 22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의 푸미흥(Phu My Hung) 신도시에 있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인근에 사는 응웬 티 흐엉(Huong·32)씨는 카트에 담은 물건을 계산대 위에 주르륵 쏟아놨다. 비나밀크(1L) 3통, 넵튠 식용유(2L) 2병, 초코파이(12개) 2박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모두 39만2500동, 우리 돈으로 약 2만8000원이었다. 그는 "한 달에 3~4번쯤 쇼핑하러 온다"면서 "한 번에 40만동(3만원) 안팎을 쓴다"고 말했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그의 월급(약 30만원)을 감안하면 3분의 1을 이곳에서 쓰는 셈이다.

지난해 외환위기설로 위기를 맞았던 베트남 경제. 그러나 베트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일 발표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9%를 기록했다.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1분기의 3.1%에서 2분기엔 4.5%로 가속이 붙었다. 우려했던 외환위기도 기우(杞憂)로 끝났다.

물론 베트남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지난 30일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베트남의 통화인 동(Dong)화(貨)의 장기 신용등급을 BB-로 한 등급 내렸다. 재정적자가 급격히 늘고 있고, 은행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상반기 중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 계획 금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 급감했다.

하지만 적어도 베트남 경제의 한 부문만은 독야청청이라 할 만큼 외국인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유통시장이 그것이다. 베트남이 그동안 굳게 걸었던 유통시장의 빗장을 올 1월 1일부로 완전히 열어젖히자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불황 타개의 새로운 금맥(金脈)을 찾아 '베트남 상륙 작전'에 뛰어들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외국인이 100% 지분을 투자해 단독으로 유통업(일부 업종은 제외)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합작투자만 가능하다는 족쇄 때문에 외국 유통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꺼렸었다. 580억달러(약 73조원)의 시장을 놓고,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계 편의점 서클K는 지난달 22일 호찌민에 5개 점포를 동시 오픈하면서 "향후 10년 안에 베트남의 220개 지역에 550개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연내에 2호점 오픈을 추진하고 있고, 이마트는 지난 5월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다. 세계 양대 할인점 체인인 월마트와 까르푸는 2~3년 전부터 사무소를 내고 매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흥 유통 기업들의 선공(先攻)에 베트남에 이미 진출한 외국 유통업체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독일계 할인점인 메트로(Metro)는 연내 동나이와 안장성(省) 등 2곳에 추가 출점해 전체 매장 수를 10개로 늘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계 백화점인 팍슨(Parkson)도 현재 5개인 매장을 20개까지 크게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베트남 골드러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세계 제2위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 올 들어 커피 빈(Bean)과 일리(Illy), 글로리아진스가 각각 2개씩의 점포를 내 로컬 업체와 경쟁에 들어갔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조만간 프랜차이즈 허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패스트푸드인 '타이익스프레스'는 연내 10여개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며, 한국 베이커리업체인 뚜레쥬르는 호찌민에 곧 5호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외국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선진 마케팅 기법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찌민 시내 최고 요지인 레 타잉 똔(Le Thanh Ton) 가에 자리한 팍슨백화점엔 샤넬·루이비통 등 전 세계 명품 브랜드가 거의 빠짐없이 입점해 있다. 명품 구매 고객은 모두 팍슨의 특별 관리 고객 리스트에 올라 중점 관리된다. 로컬 업체가 시도하지 않았던 멤버십 카드와 포인트 적립 제도, 그리고 고객 전용 신용카드도 도입했다. 팍슨 베트남 현지법인의 책임자인 존 람(Lam) 법인장은 "베트남 상류층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뚜레쥬르는 '재고 없는 빵집'을 선언해 소비자들의 감동을 이끌어 냈다. 뚜레쥬르 베트남의 남영현 법인장은 "48시간이 지난 케이크는 무조건 폐기 처분하도록 지시했더니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면서 "베트남 빵집에선 2주일씩 보관했다가 다시 파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방문 고객에 대한 '일대일 응대'와 포스(pos) 시스템을 이용한 투명한 계산, 마일리지 카드 도입도 고객의 충성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롯데마트는 치열한 국내 유통시장 경쟁에서 다져진 노하우 3가지를 베트남에 이식했다. 첫째, 가격 파괴다. '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 전략을 도입해 가장 많이 팔리는 18개 생필품 가격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때때로 매입 원가 이하에 팔릴 때도 있지만, 소비자에게 '싸다'는 인식을 심는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둘째, 대형화다. 롯데마트의 매장 규모는 3만㎡가 넘고, 팔리는 상품 종류(SKU 기준)만 1만8000여개에 달한다. 경쟁업체인 '빅C'나 꼬옵마트와 비교해 매장 규모나 상품 구색 면에서 50% 이상 비교우위를 자랑한다.

셋째, 쇼핑과 놀이의 결합이다. 롯데마트는 3층 매장 전체를 식당가와 극장·볼링장·당구장·게임장·어린이 놀이시설로 꾸몄다. 베트남의 놀이·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는데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작년 12월 개점한 이 점포는 개점 초 5000명 수준이던 주말 고객이 최근 2만명 선으로 늘었다. 반면, 로컬 업체인 '꼬업(Co-op)'은 롯데마트 개점 이후 매출이 50% 격감했다. 홍평규 베트남 법인장은 "2018년까지 점포 수를 30개로 늘리기 위해 부지 임차나 건물 임차, 합작법인 등 다양한 형태의 출점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AT커니는 매년 베트남을 세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유통시장 중 하나(2007년 4위, 2008년 1위, 2009년 6위)로 손꼽고 있다. 현지 유력지인 탕니엔(Thanh Nhien)도 최근 "내년까지 수퍼마켓은 현재 400개에서 640개, 쇼핑센터는 60개에서 200여개로 각각 60%, 150%쯤 늘어날 것"이라며 유통시장의 급팽창을 예상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성공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베트남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 하노이코리아비즈니스센터 박동욱 팀장은 "까다로운 사업 인허가와 소비 패턴의 특징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10~20대 인구 많아 소비 중심세력 부상

베트남 무역산업부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시장 규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10~20%씩 확대됐다. 경제 위기를 겪었던 작년에도 소매 판매액이 58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31% 급증했다. 올해도 5월(누적액 320억달러)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베트남 소비시장의 급성장은 탄탄한 소비 인프라가 뒷받침하고 있다. 인구가 8600만명으로 세계 13위권이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매년 늘어나 소비 여력이 커지는 추세다. 베트남 통계청은 인구가 1억명까지는 계속 늘어나고, 가계 가처분 소득도 2015년까지는 연간 3% 안팎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10~20대가 인구 분포상 소비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AC닐슨에 따르면 2010년이면 베트남 10대 인구만 3200만명에 달하고, 20대까지 합칠 경우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4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몇년 내 소비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 2년새 60% 신장한 프랜차이즈 사업

베트남 프랜차이즈 산업은 2006년 WTO 가입 이후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2006년 530개였던 매장이 2007년 700개, 2008년 6월 현재 890개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외국계 브랜드가 토종을 압도하고 있다. 작년 8월 기준으로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6개. 이 중 토종은 'PHO24(쌀국수 전문점)', '쭝웬(Trung Ngu yen·커피전문점)', '낑도(Kinh Do·베이커리)' 등 25개에 불과하다.

외국계 프랜차이즈 중에선 롯데리아와 KFC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롯데리아는 올해 24개 점포를 추가로 낼 계획이며, KFC도 점포 수를 80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오는 9월 10~12일까지 코엑스(COEX)가 호찌민에서 처음 개최하는 '프랜차이즈 및 유통 박람회'는 이미 참여 희망 업체가 90개를 넘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인허가가 까다롭고, 소비자의 특성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도 높다. 프랜차이즈 전문가인 쭝웬의 윤윙유진(Yoon) 이사는 "담당 공무원들조차 프랜차이즈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로 꼽히는 'PHO24' 리 꾸이 쭝(Trung) 대표는 "베트남에서 제대로 성공한 프랜차이즈는 지금까지 3분의 1도 안 된다"면서 성공 조건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좋은 입지(location), 둘째는 좋은 인력(person), 셋째는 사업의 단순화(don't too many)이다.

■ 베트남 진출 시 유의할 점

베트남 유통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도처에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외국인의 100% 단독 투자가 가능해졌지만, 무조건적인 사업 허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허가가 보류될 수도 있다. 또한 최초 1개의 매장이 허가를 받았더라도 후속 매장의 경우 개별적으로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쌀·의약품·귀금속 등 9개 품목은 2010년까지, 시멘트·종이·철강제품·주류 등 7개 품목은 올해까지 개방이 금지된다. '락앤락' 이창근 법인장은 "유통업 허가를 받기 위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20만달러 안팎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종은 정부가 이른바 '경제수요조사(ENT)'를 통해 베트남 자국 업체의 피해가 크다고 판단하면 사업 허가를 제한하기도 한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오랫동안 베트남 진출을 추진했지만 아직 마지막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베트남 정부가 유통시장을 송두리째 뺏길까 우려해 ENT 조항을 들이대며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치솟는 부동산 임차료도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호찌민의 경우, 1층 점포 기준으로 월평균 임차료가 ㎡당 40~75달러로 330㎡(약 100평) 기준으로 200달러를 웃돈다. 뚜레쥬르 남영현 법인장은 "한국 강남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매출 대비 임차료 비중을 철저하게 따져서 매장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장 임대차 계약 시 건물주가 공무원 등 신분이 확실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직업이 불분명하거나 개인 사업가일 경우 영어로 공증을 받아두는 등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추후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매장 부지의 경우 한국에서는 A급으로 꼽히는 코너 상권이 베트남에선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코너 상권의 경우, 전시(展示) 효과는 있지만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집객(集客)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인을 통한 개인적 접근보다 공식화된 창구를 이용해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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