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린 3일(현지시간) 오마하 퀘스트센터.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주총장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주주들로 인산인해였다. 올해 참석인원은 3만1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어린이부터 9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계각층에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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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줄에 서있는 사람을 찾았다. 위스콘신주 메디슨에서 왔다는 리치 그로스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버핏을 보고 싶어 친구 3명과 함께 새벽녘 일찍 왔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전 8시30분 퀘스트센터. 갑자기 불이 꺼지면서 버핏과 그의 오랜친구이자 사업파트너인 찰스 멍거 부회장이 등장하는 코믹한 동영상이 돌아갔다. 일순간 다소 무거웠던 주총장의 분위기는 폭소와 환호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마하의 축제`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한바탕 배꼽을 잡고 나자 버핏과 멍거가 단상에 앉았다. 무려 6시간동안 이어지는 주주들과의 대화를 위해서였다.
주주들은 버핏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하고 열광했다. 세계 경제 정치에서부터 자신의 인생관과 후계자 문제까지 해박하고 솔직한 그의 발언에 주주들은 빨려들어갔다.
특히 멍거는 옆자리에 앉아 촌철살인과 같은 유머를 던지며 좌중의 폭소를 터트렸다.
◇"버핏 할아버지 왜 무배당이예요"
버핏의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 주주들의 질문은 쇄도했다. 특히 어린이들도 순수하면서도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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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시스 캔디 처럼 현금을 많이 창출하는 회사도 있지만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불하는 것보다 기업들에 투자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며 "기업들이 돈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에서 왔다는 9살짜리 어린이는 버핏에게 미 프로야구팀인 시카고 컵스를 인수할 의향이 없는지를 묻기도 했다.
◇벤 버냉키와 패리스 힐튼,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무건전성을 말하면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할리우드의 문제아 패리스 힐튼을 끌어들여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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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버크셔 주식 수익률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춰달라고 주문했다.
◇`올림픽은 좋은거야`..보이콧 반대 시사
베이징 올림픽의 보이콧과 같은 정치적인 질문들도 이어졌다.
버핏은 "코카콜라가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도록 독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나라가 올림픽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올림픽은 훌륭한 행사로 세상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멍거도 "중국은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버핏의 의견에 동조했다. 버핏은 "미국도 흑인과 여자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때가 있었기 때문에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표본..`쓸때 써라` 극단적인 절약 생활은 옹호안해
버핏은 부모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금융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한다"며 "그들의 부모가 현명하고 미래를 위해 생활한다면 아이들도 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때때로는 어릴 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디즈니랜 여행 등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다"며 "나는 극단적인 절약 생활은 옹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