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포스코형 지배구조로 가나

우의제 사장 "현 지배구조 변화 없어도 좋다"
  • 등록 2006-10-15 오전 9:00:00

    수정 2006-10-16 오전 8:11:28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단이 일정지분만 보유하면서 후원자 역할을 하는 '포스코형 지배구조'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은 채권단이 하이닉스 지분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차선의 경우 포스코형 지배구조로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이닉스(000660) 고위 관계자는 15일 "내부적으로 회사의 지배구조가 포스코형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을 생각해봤다"면서 "예전 외부에서 의뢰가 들어와 포스코형 지배구조 전환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산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는 기업이 하이닉스의 대주주가 돼야 한다"며 "M&A 게임을 통해 이익을 보겠다는 기업은 절대로 하이닉스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경영진은 포스코가 공기업에서 민형화된 이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하이닉스 지배구조로 벤치마킹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특히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현재 62.28%를 넘어섰지만,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적대적 M&A 세력으로 부터 경영권을 방어해 주고 있어, 하이닉스로선 경영권 위협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이닉스 우의제 사장도 포스코형 지배구조를 염두해 둔 양, 무리한 지분매각을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우 사장은 지난 10일 중국 우시(無錫)에서 개최된 하이닉스-ST 합작법인 준공식 이후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지금은 지배구조의 변화를 생각할 때로, 어떤 투자자가 들어오느냐가 중요 한 문제"라며 "(채권단이 대주주로 있는) 하이닉스의 현재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회사의 사업 성격이나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지배구조가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지배구조에 우열이 있어 반드시 특정 지배구조가 다른 지배구조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금 (채권단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배구조)그대로 간다고해서 하이닉스에 어떤 변화나 영향은 없다"고 밝혀 효율적인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무리한 지분매각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사장은 하이닉스의 달라진 위상과 관련, "연간 영업이익과 EBITDA(법인세, 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 창출능력, 자체 신용등급 등을 바탕으로 한해 공장 1~2개를 순차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다"며 "실제로 올해에만 이천공장과 중국 우시공장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12인치 생산라인을 건설하며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이제 확실한 대주주가 없더라도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 기업으로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포스코형 지배구조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채권단은 반도체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이용해 최대한 높은 가격에 보유중인 하이닉스 지분을 매각,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9월18일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내년 말까지 하이닉스 지분의 36%를 인수할 잠재적 매수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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