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둔화 속도가 지표 하강속도보다 더 빠른 것같다. 퍼스트콜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10월초까지만 해도 4.4분기 기업수익증가율이 평균 15.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요즘에는 수익증가율 전망치를 10.5%로 크게 낮추었다는 것이다.
또 내년 수익증가율도 10월초의 전망치 14.8%에서 11.6%로 크게 낮춰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월가 전문가들이 기업 수익증가율을 낮게 잡으면서 이 영향이 주로 고성장주식, 즉 나스닥의 첨단기술주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기술주가 계속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는게 대통령선거의 혼란때문이라기보다는 이같은 실적 부진 전망때문이라는 얘기다.
AFA매니지먼트의 유리 랜디스먼은 "그동안 인플레 우려에 익숙해져있었는데, 이제는 불황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며 FRB가 지난해부터 과도하게 금리를 올린 탓이라고 비난했다. FRB가 지나치게 인플레 우려에 치중, 금리를 많이 올리는 바람에 지금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게 랜디스먼의 주장이다.
크나펜버거 바이엘 그로쓰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바이엘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을 선호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성장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나스닥의 고가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둔화 압력을 적게 받을 저PER종목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제약, 헬쓰케어 등 안전주쪽으로 투자자금이 옮겨가고 있는게 다행이라고 캔터 피체럴드의 빌 미핸은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증시를 완전히 떠나지는 않고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으면서 안전한 곳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프루덴셜증권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피스코로프스키는 "증시가 또다시 경기둔화와 고유가라는 장벽에 막혀있다"고 진단했다. 경기둔화로 인해 FRB의 정책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실업률이 높아지기 전에는 이같은 정책기조 변화가 가능할 것같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11월 실업률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피스코로프스키는 주장했다.
이 와중에 AG에드워즈의 투자위원회 회장인 마크 켈러는 주식투자비중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켈러는 채권투자비중을 35%에서 30%로 낮추면서 주식투자비중을 65%에서 70%로 높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켈러의 주식투자비중 확대도 첨단기술주보다는 안전주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켈러는 "많은 주식, 특히 첨단기술주가 아닌 주식들이 지난 1년간 마치 곧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속에 약세를 보였는데 이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며 "특히 FOMC가 12월에 정책기조를 중립으로 바꾸고 내년 1.4분기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내년 1.4분기에는 주식이 채권이나 현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