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돈이 안돈다..자금흐름 극심한 왜곡

  • 등록 2000-09-21 오전 8:20:44

    수정 2000-09-21 오전 8:20:44

한국은행은 시중에 돈을 충분히 풀었는데도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갈증만 더하다. 돌고돌아야 할 돈이 어디선가 묶여 있다. 흔히 말하는 자금흐름 경색이 극심하다. 누구나 자금흐름이 심하게 왜곡돼 있음을 절감하고 있고 원인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속시원한 해결책을 찾아볼 수는 없다. 자금흐름의 왜곡은 정부, 기업, 개인등 모든 경제주체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많은 기업들을 도산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갈수록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자금경색은 핵폭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자금흐름, 심하게 왜곡돼 있다 8월중 M2(총통화) 증가율은 35.1%였다. 통화지표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MCT+(M2에 금전신탁, 표지어음등 단기상품을 합한 통화지표) 증가율도 17.3%를 나타냈다. 지난 1월의 27.6%, 10.8%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중에 돈이 충분히 풀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갈수록 돈에 대한 갈증만 심해지고 있다.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는 이제 ‘늘 하는 얘기’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시중자금은 은행의 저축성예금으로 몰려들고 있다.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지난 7월 6조8014억원, 8월 5조2350억원 증가한데 이어 이달들어 지난 9일까지 2조9386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은 밀려 들어오는 돈을 주체할 수 없다며 꺼림칙한 모습이다. 마땅히 운용할 곳이 없다는 것. 시중자금이 비교적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면서 투신권 자금은 말라가고 증시는 빈사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대우채권을 다량 보유한 투신권은 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규모로 자금이 이탈했고 투신사의 기관투자가로서의 기능도 약화됐다. 투신사 수신은 채권형 상품의 경우 이달들어 지난 9일까지 525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그나마 투신사 수신증가에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MMF에서는 4023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극도로 위축됐다. 특히 금융기관이 신용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회사채와 CP(기업어음) 시장이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은행, 몸 사린다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은 은행들의 몸사리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금융구조조정의 태풍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5일 주요 은행장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현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최근 은행들이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을 철저한 신용분석을 바탕으로 가려내 적극 지원, 회생시키는 것이 은행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런 상생(相生)의 논리가 먹혀들 여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한자릿수 금리, 믿을만 한가 요즘 시중금리가 한자리로 안정돼 있다지만 실제 돈을 쓰는 기업들이나 개인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A+등급의 회사채 기준금리는 9%에도 못미치지만 대부분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엄두도 멋내고 있다. 그나마 간신히 회사채를 발행해도 BBB등급 기업의 평균가산금리는 지난 5일 현재 1.68%에 이르고 BBB-등급인 경우엔 2.20%로 높아진다. 시중금리가 7~8%수준이라 해도 실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에겐 10%이상 고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제대로 금리를 지불하려해도 필요한 자금을 구할 길이 없어서 야단이다. 금리수준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융비용도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고비용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9년중 우리나라 기업의 금융비용부담률은 6.9%. 90년부터 97년까지 평균 5.8%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부채비율 200% 정책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대부분 자본금을 늘린데 따른 것이었을뿐 빚의 절대규모는 오히려 커져 있다.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자금시장 자체의 문제점 개선만으로 현재의 자금흐름 왜곡을 시정하기엔 한계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바로 구조조정의 문제가 돌출한다. 시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실기업, 부실금융기관을 빨리 정리하는 과제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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