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청와대를 향해 “남한 당국에 대한 신뢰가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북전단 살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선 “믿음 보다 의혹이 간다”는 반응을 내놨다.
북한은 12일 밤 장금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담화를 내고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통전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청와대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조선 속담이 그른 데 없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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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이 입장 표명을 하였지만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며 “청와대가 현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북한은 대남 비난을 계속하며 여전히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한에 돌렸다. 장 통전부장은 “좌우상하 눈치를 살피고 좌고우면하면서 번지르르하게 말 보따리만 풀어놓는 것이 남조선 당국”이라며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대북전단 금지) 법 같은 것은 열번 스무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이 손잡고 철석같이 약속하고 한자한자 따져가며 문서를 만들고 도장까지 눌러 세상에 엄숙히 선포한 합의와 선언도 휴지장처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기름 발린 말을 한들 누가 곧이 듣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장금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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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통전부장은 “가볍기 그지없는 혀 놀림으로 험악하게 번져진 오늘의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고 타산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큰일이나 칠 것처럼 자주 흰소리를 치지만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언급해 앞서 시사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남북 군사합의 폐기 등 무력도발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폐지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언급했다.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 담화 닷새만인 9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모든 연락채널을 끊었다.
다만 대남사업 총괄을 맡은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대남 비난 담화를 내지 않은 것은, 우리 정부를 더욱 압박하려는 제스처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장금철 통전부장이 개인 명의 담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