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까지 금리 동결하겠지만…첫 '인하' 소수의견 나올 것"[금통위폴]

전문가 11명 중 9명 '금리동결'…2명은 '25bp인하'
동결 예측한 전문가 80%는 '금리인하' 소수의견 예상
물가 잡히고 성장 안정적…변곡점 맞은 통화정책
가계부채 증가세·대외불안정성 부담
  • 등록 2024-08-19 오전 6:00:00

    수정 2024-08-19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됐다. 관측대로 하면 지난해 2월부터 13회 연속 동결이자, 최장 기간 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이 이번달에 전격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고, 시장 전문가 대다수가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변곡점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이번까진 동결 하겠지만…통화정책 변곡점에

18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 9명이 오는 22일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2명은 한은이 이번달 25bp(1bp= 0.01%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설문조사에서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 것은 지난해 2월 금통위 이후 처음이다. 금리 동결을 내다본 전문가 중 7명(80%)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이 이번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입장이 여전히 우세한 이유로는 △안정적인 경제성장률 경로 △수도권 중심 집값 상승세와 이에 연동한 가계 부채 증가세 △역대 최대 수준인 한미 간 금리 차 등이 꼽혔다.

그간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7월 물가 상승률이 2.6%로 전월(2.4%)대비 반등하긴 했지만, 유가 상승과 국내 집중호우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로 이달부터는 다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쉽게 회복되지 않는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그 밖에 지표들은 아직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성장동력 면에서는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6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연간 성장 기조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한국은행과 정부의 공통된 입장이다. 비교 시점인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뒷걸음질친 측면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가계 부채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5조원대의 전월대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미 연준은 여전히 5.25~5.5%의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풀이해보면 금리를 당장 인하해야 할 만큼 성장 기조가 망가진 것도 아닌데 국가 경제와 통화 정책 운용에 부담이 되는 가계 빚은 빠르게 늘고 있어 금리 인하 결정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만큼 한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에도 큰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고 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국내 가계부채 증가 추세 및 수도권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 유지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았다. 그는 “한은이 (금리 동결) 명분으로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을 들 것이나 실제로는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고 있다”고 봤다.

(자료= 한국은행)
자꾸 늘어나는 ‘가계빚’ 발목…美 대선·중동불안 등도 변수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올해 10월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연말까지 금리 인하 예상 폭은 제한적이었다. 10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 8명 중 6명이 올해 연말 금리 수준으로 연 3.25%를 제시했다. 10월에 금리를 한 번만 내리고 11월엔 다시 동결할 것이란 의미다. ‘금융안정 위험’이라고 쓰고, ‘서울 집 값 상승’ 혹은 ‘가계 부채 증가’라고 읽는 추세 때문이다.

이번달 금통위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전망한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한은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세와 대출 증가세 지속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오는 10월에나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다. 8월 금리 동결과 금리 인하 소수 의견 1명을 예측한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금융안정 측면에 대한 경계감이 높다는 점을 고려 금리 동결 이후 4분기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로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금융 안정 측면을 더욱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연내 10월 한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 “두 번째 인하 시점은 내년 1분기(2월)로 예상한다. 경기 흐름이 양호한 가운데 금융안정 측면의 논거들이 단시일 내 해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충격에 따른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이나 연준의 태도 변화, 외환 시장 불안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국내가 아닌 외부 변동 요인 변수가 크다.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교체기이고, 중동발 유가 상승 공급망 불안 리스크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올해 미 대선에서 민주·공화당이 박빙을 보이면서 양 진영 중 어느 곳에서 대통령이 배출되느냐에 따른 정책적 리스크와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급변 및 공급망 불안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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