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액은 3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조3800억원) 대비 29.74% 줄었다. 폐쇄적인 기업간거래(B2B) 통신장비시장에서 화웨이, ZTE, 에릭슨, 노키아 등의 구도가 굳어진 와중에 5G 시장이 점차 내리막을 걸으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점차 좁아진 여파로 읽힌다. 통신장비사업이 삼성전자의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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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성전자가 최근 잇단 통신장비 수주 소식을 전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열쇠는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견제용으로 추진한 5G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Open RAN) 장비다.
오픈랜은 기지국 장비, 안테나, 무선 장치 같은 통신장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업체 장비들이 서로 연동할 수 있도록 한 표준화 기술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기존 무선통신 환경 하에서 네트워크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한 곳에 모두 맡겼다. 하지만 오픈랜을 통해 여러 제조사의 장비를 구입해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함께 쓸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미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러스와 오픈랜 장비 계약을 맺고 캐나다 최초의 오픈랜을 구축하기로 했다. 텔러스는 4G 서비스 때만 해도 화웨이 정비만 썼다가, 미국 규제 이후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규제가 생기면서 5G 때는 화웨이를 배제했다. 삼성전자는 또 보다폰과 함께 루마니아 전역에 오픈랜 구축을 위한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4’에서도 오픈랜 관련 기술과 장비를 선보인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5G 오픈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차세대 6G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