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바닥난 건설·캐피탈·증권…‘부동산PF 충격’ 본게임 내년부터

[신평사 내년 산업 기상도]
철강·건설·증권·저축은행·할부리스 ‘비우호적’
부동산 침체 영향 직격탄
  • 등록 2023-12-28 오전 3:30:00

    수정 2023-12-28 오전 8:05:31

[이데일리 지영의 안혜신 기자]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충격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산업별 사업환경 점검에 나선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모두 비우호적인 전망을 제시한 업종은 ‘철강·건설·증권·저축은행·할부리스’로 집계됐다. 모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라 사업실적 및 투자부실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금리가 해소되는 속도보다 버틸 체력이 소진된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끝없이 내려앉는 부동산, 함께 묶인 업종 ‘빨간불’

27일 국내 신평사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산업전망이 부정적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건설·증권·저축은행·철강·할부리스다. 신평사들은 내년 산업 전반에 타격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경기 침체를 꼽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산업의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이 부동산금융 보유 비중이 높은 업종에까지 함께 영향을 주고 있다.

지방 분양시장 및 비주택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수도권 분양시장도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에도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은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금리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택 매매가격 회복도 당분간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가 올해보다 2.0%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착공 및 분양물량 감소, 공사원가 부담 누적 등 부정적인 사업환경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체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버틸 여력이 없는 건설사들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까지 부도난 건설회사는 총 19곳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권 속에 있던 2020년(24곳 부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이번 달에 부도를 낸 건설사만 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본 체력이 약한 소형·중형부터 시작해 대형 건설사까지 타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중견건설사 중 태영건설이 끊임없이 워크아웃설에 휩싸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PF 우발채무 및 리스크, 고금리 기조 등으로 업종 전반의 재무적 불확실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우호적인 대외여건 하에서 유동성 대응능력이 저하된 중견 이하 건설사의 등급 하향압력이 가중될 것이고, 업황 부진 장기화시 상위권 건설사들로 신용위험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공격적인 베팅 ‘부메랑’...증권·저축은행·할부리스 ‘휘청’

부동산 시장 바닥이 끝없이 내려앉으면서 사업 PF 자금을 댔던 증권·캐피탈(할부리스)·저축은행 등이 자금을 댄 PF 부실화도 점차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신평사3사가 모두 증권과 저축은행, 캐피탈 등 할부리스의 업황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평가한 배경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1.19%에서 지난 6월 말 2.17%,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는 2.42%로 뛰었다. 금융당국이 대주단 협약 등을 중심으로 만기 연장을 유도하고 있어 ‘버티기’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시장 환경이 계속 나빠지는 환경에서는 부실화 속도를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의 경우 위탁매매 개선에도 부동산금융 타격에 실적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주요 먹거리로 삼아 공격적으로 늘려온 PF 사업이 위축된 데다 부실화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타격이 확대되고 있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누적 충당금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자산은 6조원으로, 이 중 2조8000억원 규모가 PF 관련된 자산이다. 여기에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규모도 잠재 우려요인으로 남아있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는 데다, PF 및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부실 규모가 영업실적 저하 정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올해 대규모 대손비용을 반영했지만, 잠재 부실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추가 충당금 적립 및 손상차손 인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강화로 추가적인 위험투자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나, 우발채무 현실화 및 투자자산 신용위험 확대로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캐피탈과 저축은행 두 업권 모두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민감도가 높은 업종이다. 대손 및 조달비율 상승률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동산금융 보유 비중이 높은 점이 업권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NICE신평은 두 업권에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요주의 사업장 판단 기준인 브릿지론(Bridge Loan) 착공 지연 사업장, 본PF 분양률 저조 사업장, 본PF 공정지연 등의 사업장 수가 상당 수준으로 파악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속적인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조달 창구 유지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동영호 NICE신평 수석연구원은 “캐피탈의 경우 비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 여전채에 대한 시장 수요는 줄고 유동성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고, 고위험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 중 신용등급이 낮고, 비금융지주계열인 일부 캐피탈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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