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W 파업에 美 완성차 ‘빅3’ 휘청..韓·日 기업 ‘반사이익’ 가시권

GM·포드·스텔란 노조 파업..4주째 지속
손실 규모 최대 5조원대까지 커질 가능성도
신차 원하는 소비자, 韓·日 브랜드로 눈 돌려
“‘보호주의’ 심화한 美 대응 전략 마련해야”
  • 등록 2023-10-08 오전 9:30:00

    수정 2023-10-08 오전 9:3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미국 완성차 ‘빅 3’로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한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파업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 확산세는 간신히 멈춘 상황이지만 아직 파업이 진행 중인 만큼 미 3사의 피해 규모가 5조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일본 등 해외 완성차 브랜드가 본격적인 반사이익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신차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현지 소비자가 미국 브랜드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남부 온타리오에서 직원들의 출근을 막고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노동자 대열인 ‘피켓라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8일 외신 및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현지시간)부터 이어진 UAW 파업이 한 달까지 길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6일(현지시간) UAW는 GM과의 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며 파업 확대를 멈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파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으면서 미국 3사 공장 파업은 4주차에 접어들게 됐다.

앞서 UAW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3사를 상대로 조업 중단을 벌이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UAW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17% 수준인 2만5000명을 돌파했고, 공장 수 역시 최대 다섯 곳까지 늘어났다.

UAW는 4년간 36% 임금 인상,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처우 개선과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 인상을 고수하는 3사와의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미국 완성차 3사가 생산 차질로 인해 입을 피해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파업에 따른 3사의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AEG)은 이번 파업으로 GM·포드·스텔란티스가 12억달러(약 1조6200억원) 규모의 직접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임금·공급망 등 추가 손실을 포함할 경우 40억달러(약 5조4000억원) 수준까지 규모가 커진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생산법인 전경. (사진=현대차)
계속되는 파업에 한국, 일본 등 비(非) 미국 차량 브랜드의 반사이익이 가시화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억눌렸던 신차 구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현지 브랜드도 이에 맞는 물량을 대기 위해 생산을 이어 왔지만, 파업으로 인해 물량이 줄면서 소비자들 또한 한·일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업으로 인해 신차 공급이 늦어지고 판매가 안 되면 결국 수요를 대체할 차량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나 일본 차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반사이익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과 현지 생산을 결합해 물량을 대고 있는 해외 브랜드의 경우 생산 차질이 없어 일정한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다. 현지 공장 근로자가 UAW에 가입하지 않아 파업 여파도 없다.

실제 9월 미국 내 한국·일본 브랜드의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현대차(005380)·기아(000270)·제네시스)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8.4% 늘어난 총 14만2869대를 팔아치우며 역대 가장 많은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본 혼다(45.5%), 토요타(12.9%) 등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찍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반사이익 효과가 점차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UAW 파업으로 인해 신차 재고가 조정기에 들어서면서 현대차·기아와 토요타, 혼다 등 해외 브랜드의 수혜가 구체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차 재고는 206만대로 UAW 파업으로 자연 재고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10~11월 현대차·기아와 일본 완성차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하는 등 반사 수혜가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 미국 조지아 생산현장. (사진=기아)
파업 효과로 인센티브 조정 등 미국 완성차 판매 시장이 격변하면서 판매 호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신차 가격은 유지되지만 인센티브가 하락하며 초과수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차·기아 미국 재고가 1.5개월 수준으로 정상 재고에 미달하고 파업도 없이 지나가며 판매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볼수록 리스크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면서 해외 자동차 기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것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파업으로 인해 자국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피해를 입은 반면 한국과 일본 기업이 점유율을 늘리며 이익을 본다면 미 정부가 징벌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필수 교수는 “문제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표 의식을 하는 상황에서 한 기업의 점유율이 커진다면 ‘한 방’을 먹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과 시장 분위기를 보며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역별로 특화한 시장을 찾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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