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떠나는 푸바오, 커지는 기술패권 경쟁

  • 등록 2023-09-13 오전 5:00:00

    수정 2023-09-13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영수 산업에디터]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중국과의 거래는 ‘푸바오’밖에 없는 것 같다.” 대중 무역수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코로나 엔데믹 특수와 함께 미·중 갈등의 후폭풍을 한국이 고스란히 맞고 있어서다. 오죽했으면 재계에서 ‘푸바오’를 빚댄 농담을 건네겠나 싶다. 푸바오는 2014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후 들여온 러바오와 아이바오의 새끼로 2020년 7월 20일에 한국에서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최초의 판다다. 안타깝게도 푸바오는 중국과의 협약에 따라 내년 3월쯤 중국 청두 판다기지로 옮겨질 예정이다.

그런데 재계 안팎에선 한중 우호의 상징인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버리면 한중 관계 개선이 더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먹한 외교 관계를 넘어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마저 맥이 끊긴다면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도 있지만 현재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을 놓고 본다면 기우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올 1~8월 대중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155억9500만달러로 일본를 추월하며 중동에 이어 우리나라의 2위 무역적자국이 됐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 비중도 고점 대비 7%포인트가량 하락한 20% 수준까지 하락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은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 등장한 화웨이의 신형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최첨단 공정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 파운드리 SMIC의 7나노 2세대 공정기술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000S’를 탑재해서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화웨이가 새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 반도체를 탑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중국에 빰을 맞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각에선 중국이 가시적인 반도체 자립 성과를 보여준 만큼 미국이 더 강도 높은 중국 견제책을 꺼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미 상무부가 메이트 60 프로에 대한 공정 조사에 착수하자 중국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면서 화웨이발(發)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하는 모양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 반도체, 부품사들로선 불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2인자인 리창(李强) 중국 총리의 한중 회담은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중 갈등 격화 속 중국과의 의미있는 관계 개선이 시급해서다. 미국은 이미 중국이 미치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탈중국을 연상시키는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으로 선회했다. 독일·프랑스도 중국에 에어버스·선박 판매 등 실리외교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커지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다질 수 있도록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보조금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은 심화하는 미·중 패권 전쟁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미·중 모두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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