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9월 27일 ‘광명→동대구 KTX 기차표 7만원에 판매합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KTX나 SRT와 같은 고속열차의 불법 암표 거래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명절을 앞두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중고거래 플랫폼 등도 암표 거래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 중고플랫폼 화면 갈무리(사진=황병서 기자) |
|
6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KTX’, ‘SRT’로 검색했을 때 추석 연휴 기간 기차표를 거래하려는 게시글이 숱하게 나왔다. 예상치 못할 사정으로 예매한 기차표를 되팔려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장의 티켓을 선점한 뒤 웃돈을 얹거나 판매가를 ‘999999원’으로 올려두는 식으로 가격을 제안하는 이들의 글이 많았다. 이들은 원가보다 많게는 7만원까지 가격을 부풀려 기차표를 판매하고 있다.
암표 장사꾼들은 추석 연휴 기간(28~3일)을 앞뒤로 주요 구간의 KTX·SRT 승차권 대부분이 매진됐다는 점을 악용해 한몫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였다. 한 판매자는 이달 27일 오후 5시 42분 광명발 대구행 KTX 티켓을 7만원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티켓은 원가가 4만1300원이지만, 매진 상태다. 또 다른 판매자는 28일 서울발 포항행 8시 7분 티켓을 ‘999999원’에 올려 놓기도 했다.
열차 승차권을 정상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는 철도사업법 제10조 및 경범죄처벌법 3조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초과한 금액으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암표 거래 글에 선의의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명절마다 부산을 가는 이모(31)씨는 “입석도 없어서 어르신들 중 못 내려 가는 분들이 많다”며 “웃돈을 줘가면서 미리 선점해서 그렇게 한다는 게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강릉이 고향인 김모(34)씨는 “명절마다 서울에서 강릉에 갈 때마다 KTX표를 구매하기가 어려운데 한 편에서는 웃돈을 주고 판매하고 있다는 게 화가 난다”며 “제대로 단속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코레일도 2022년 1월부터 승차권 다량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매크로를 활용한 이상 접속 행위에 대해 감시에 나섰다. 또 카카오, 네이버, 중고나라 등에서 승차권 암표 거래 단속을 위해 거래 게시물 차단 등도 요청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불법 승차권 구매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홈페이지 공지 등 계도 활동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고거래 플랫폼 등도 암표를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승차권·기차표 등 관련 키워드를 판매 금칙어로 설정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게시글이발견될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게시글을 즉시 노출되지 않게 하고, 이용자에게는 삭제 경고 및 알림이 발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