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

노회찬 평전
이광호|600쪽|사회평론아카데미
  • 등록 2023-07-19 오전 5:55:00

    수정 2023-07-22 오후 4:12:4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18년 7월2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복도는 조문하러 온 사람들의 긴 줄로 입구부터 지하2층 빈소까지 층층이 이어졌다. 먼저 온 사람 나중 온 사람만 있을 뿐 윗사람 아랫사람은 없어서 국회의장도 차례를 기다려 조문을 했다. 발인 직전까지 전국 각지에서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3만8000여명.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치인 노회찬을 배웅했다.

‘진보 정치의 상징’ 고(故) 노회찬(1956~2018) 전 정의당 의원의 삶을 집대성한 책이 나왔다. 그가 세상을 뜬 지 5년 만이다. 노회찬재단이 고인의 말과 글, 행적을 모았고 저자 이광호가 가족, 동지, 친구 등 220여명을 인터뷰한 방대한 내용을 4년 동안 정리했다.

책은 ‘있는 그대로를 기술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치인 노회찬에 대한 평가보다 62년 삶의 여정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노회찬의 존재감을 알린 ‘삼겹살 불판’론이 언급된 2004년 3월20일 KBS ‘심야토론’ 장면을 시작으로, 그의 고민과 행적을 상세히 기록했다. 모범생과 반항아 사이의 성장기부터 용접공으로 시작한 노동운동 시절과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헌신, 그리고 생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 하루’까지 책에 담았다. 새벽 4시 첫차를 타고 ‘투명인간’처럼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봐야 한다는 그의 ‘6411 버스’ 연설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민생은 사라지고 여야 정쟁만 난무하고 있는 지금. 노회찬이 살아 있다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첨예한 문제들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라면 우리와 함께 고민하고 동행하지 않았을까. 책은 “지금 노회찬이라면 뭐라고 말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연대를 이어가자는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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