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거액의 자금을 들여 회사를 인수한 뒤 상장사 지위를 반납하려는 사례가 나오면서 화제다. 2조 2000억원 넘는 자금을 들여 인수에 성공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가 그 주인공이다.
|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온 특수목적법인(SPC)인 텐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두 차례 공개매수를 통해 총 96.1%의 지분을 획득했다고 12일 밝혔다.
공개매수 대리인인 NH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11일 종료된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총 104만5663주가 청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컨소시엄이 공개매수 추진을 위해 설립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진행해왔다.
연초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최규옥 회장이 보유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인수와 동시에 1차 공개매수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상장폐지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았다.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가 어느 정도 일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다.
예상대로 텐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잔여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2차 공개매수에 나섰고, 6.71%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총 96.1%의 지분을 손에 쥐게 됐다.
공개매수를 시행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쪽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공개 매수 결과에 흡족함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에서는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최대 주주가 최소 95%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반면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규정에는 관련 수치가 없다. 다만 96% 수준의 지분은 상장폐지 추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절차에 따라 정리매매 등의 방법으로 잔여지분을 매수한 뒤 상장폐지에 나설 전망이다.
|
시장에서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한 기관투자자는 “최근에 상장사 투자를 두고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며 “주가가 빠지면 본질적으로 생각하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지킬 수도 없는데다 방향성도 의도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용사들)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사례도 이유를 따지고 보면 밸류에이션 보전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차 매수에도 응하지 않은 주주들은 어떻게 될까. 상장폐지가 현실화하면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는 있다. 회사가 상장폐지가 된다고 회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가치를 이후에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좋게 보면 더 오를 수도, 반대로 빠질 수도 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재상장의 길을 도모할 수도 있다. 다만 속도감 있게 이뤄진 공개매수와 상장폐지 가능성을 감안했을때 아주 빨라야 수년 뒤에나 그려볼 경우의 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통한 바이이웃(경영권 인수)에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가 될 전망”이라면서도 “M&A 시장의 특성상 원하는 결론(엑시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