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순환경제 무엇이 문제인가<상>[플라스틱 넷제로]

순환경제 원년 릴레이 인터뷰
김정빈 수퍼빈 대표,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인터뷰
대기업 플라스틱 재활용 선별 진출 막혀 산업성장 저해 우려
기존 재활용 산업 밖에서 방향성 찾아야
  • 등록 2023-04-02 오전 9:00:00

    수정 2023-07-27 오후 1:50:21

[편집자주]폐기물 산업의 후진성,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 기업의 저조한 참여, 국민의 환경인식 수준 등 문제의 원인은 총체적이다.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건가 해답이 쉽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전환은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건전한 성장 동력의 일환으로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할 주요 과제다. 이에 이데일리는 순환경제를 대표하는 업계와 법적 규제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정부 측 입장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상·하로 나눠 게재한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피니언 리더의 실종, 전문가의 부재, 언론과 정치권의 무관심 등 사회문제를 드러내야 할 전통적 기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순환경제는 이렇게 일부 시민사회의 논점 제기를 제외하면 주류 사회의 논의에서는 대체로 소외되어 왔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환경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더 취약하나, 그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순환경제의 각 분야 리더들을 만나 주요 화두를 점검했다.

순환경제 부문 업계를 대표하는 김정빈 수퍼빈 대표와 법규제의 문제를 짚어 줄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정부를 대표하는 김승희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을 차례로 만났다. 이번 편에서는 김 대표와 김 조사관이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와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해법을 담았다.

수퍼빈은 빅테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자원 거래 시장’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오리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행정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철강사인 코스틸 그룹 대표이사를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경민 조사관은 우리나라 자원재활용에 관한 법체계 연구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물환경 분야 환경공학박사다. 물에서 자원순환 분야로 연구방향을 바꾼 계기에 대해 “물 분야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해서”라고 했다.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 진출이 막혀버린 재활용 산업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면서, 기존 재활용 산업 외에서 방향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존 폐기물 처리 관점을 벗어나 재활용에 대한 정책적 동기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순환경제 문제점은

△김정빈=
소비 이후 폐기물이 기존의 폐기물 산업 생태계로 들어오면 오염이 더 심해진다. 소비자가 버린 폐기물이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순환경제 시대에 가장 힘든 점이 생산자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폐기물이 없단 점이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고 화학적 공정을 거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폐기물을 다시 쓸 이유가 없다.

-우리 기업들의 준비 현황은

△김정빈=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시장은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물리적 재활용 시장엔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다.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같은 석유화학사들은 플라스틱 플레이크를 수입해서 재생 원료를 로레알,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물리적 재활용 산업은 정체돼 있었다. 이제 대기업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게 막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22년 11월 대기업의 물질 재활용 선별과 원료재생업 진출을 3년간 막았다.) 제도적으로도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은 이미 폐기물 가공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일을 15년 넘게 작업해오면서 산업에 다 녹아들었다. 우리는 2022년에서야 페트(PET)에 대한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만들었다. 현재 대한민국 플라스틱 플레이크 공장 중에서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 환경부 고시 별표에 규정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페트병 이외에 다른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데

△김정빈
=다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거의 안된다. 환경의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자정능력은 이미 해결단계를 넘어섰다. (환경부는 고시를 통해 2022년 2월 24일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을 마련하면서 페트(PET)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 기준이 처음 마련됐다. 식품용기가 아닌 용기 및 페트 이외 재질에 대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식품 이외에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세제용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생 원료 법적 기준이 미비된 상태다. )

-국내에선 재활용 신기술 사업화 단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신기술을 사업에 접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김정빈=
지자체 공무원들을 찾아가서 네프론(소비자가 페트병과 캔을 가져오면 인공지능 기술로 오염도 등을 선별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퍼빈의 수거기기)이 순환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쫓겨나기 일쑤였다. 구미시에서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첫 매출이 났었다. 시범 사업 거쳐 전국 확대를 위해 15억원 예산을 환경부에 매칭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라 독점의 문제가 있다고 거부했다. 혁신기술은 일시적 독점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은

△김정빈=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간 섹터에 개입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섹터에 돈이 넘치고 민간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엑시트(Exit) 할 수 없다. 시장이 팬시해지기 어렵다. 심지어 환경관리공단과 지자체가 우리 사업을 복제하려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있으면 재정을 백업을 해줘야지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해선 안된다. 여기에 대기업도 물질 재활용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균형감 있게 함께 컸을 텐데, 이게 기존 업체들에게만 맡기는 바람에 이 시장이 빨리 클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고품질 폐기물 조달은 계속 어려울 것이고, 그럼 지금처럼 당분간 계속 폐기물 수입에 의존을 해야될테니까.

-폐기물 규제 개선 방향은

△김정빈=
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된다. 아직도 혐오시설로 취급된다. ‘공장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모티브로 만들져 디자인 공모전(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그런데 칸막이를 쳐서 공장을 시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가려야한다. 네프론에서 수거한 용기를 도시 외곽의 물류창고까지 가져가야한다. 순환경제 스타트업이 가장 힘든 부분이 물류비다. 저희 회사 규모에서는 그래도 감당이 되지만, 이렇게 수거된 것들을 일반 창고처럼 도심에 집하하는 걸 허락해줘야한다. 전국에 17개 창고가 다 이렇게 외곽에 있다. 인허가 절차가 너무 어렵다.

수거한 용기를 다시 소재화하는 수퍼빈의 스마트 팩토리인 아이엠팩토리 전경/사진=수퍼빈 제공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김정빈=
도시를 설계하는 데 관여하는 도시 설계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LH공사와 협업해 3기 신도시에는 네프론이 기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신도시 만들때부터 순환자원을 사람들이 판매할 수 있고, 거기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겠단 거다. 이 모델 때문에 작년에 환경 노벨상인 ‘어스샷’ 후보로 올라갔던 거다. 워낙 경쟁자가 쟁쟁해서 수상은 못했다. 컨설팅사에 외교관 지원까지 받는 지자체에는 상대가 안되더라. (6개 후보 중 최종 수상은 암스테르담시가 수상했다.)

-국내 재활용 산업의 영세성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김경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보면 파편화되어 있는 것들을 연계해줄 수 있다면 기회는 있다. 수거하는 노인들을 이 분야로 끌어오는거다. 과거엔 고물상이라고하는 자생적인 업체를 국가에선 수수방관하며 방치하다가 이 분야를 법으로 끌어와 세분화한 것인데, 이렇게 영세업체가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대기업이 뛰어드는 부분이 또 막히게 된 거다. 이제 이 구조가 깨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앞으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연결시키면서 통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대기업이 안 들어오면 안되는 건데 그 고리가 없는 거다. 젊은 친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의 수준을 갖춘 회사가 몇 개 없는 거다.

-올해부터 페트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다른 재질은 언제쯤 가능할까

△김경민=
현재 국민들이 별도분리를 하는 게 페트병뿐이다. 이 때문에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지는 체계가 돌아갈 순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선별 기술이 좋다면 해결되겠지만, 현재는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재질까지 가능해지려면 폐기물 수거에 거대 산업이 붙어야 하지만 그것도 막혔지 않나. 즉 현 구조를 크게 바꾸기 힘들다면 국가가 순환자원이 될 만한 고품질에 대해서는 보증금제를 적용해 회수를 잘되게 하는 게 우선순위다. 그러나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컵에 보증금제를 적용한 건 잘못 설계된 정책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없애야 된다.

-국내 산업계는 그동안 왜 재활용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나

△김경민=
그동안 국가정책이 워낙 오락가락하니까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법이 만들어져야 산업이 크는 국가다. 그런데 이제 대기업들이 뛰어들려고 한다. 내수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과 연계되어있고, 탄소중립 흐름이 있으니 국가가 흔들 수 없는 기반이 생긴거다. 이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재생원료를 유럽의 제조사들에게 공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폐기물로는 품질보증이 안되니 해외에서 수입해서 하고 있다. 문제는 내수 시장이 아직 글로벌 흐름을 못 쫓아간다. 우리나라에선 재생원료를 쓰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생수는 유럽에 판매할 수 없다. 유럽은 재생 비중이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재활용 시설 투자 유도 방안은

△김경민=
생활폐기물은 지자체 책임이다. 지자체가 선별기기 구매를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폐기물 부담금으로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겠나.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른 정책을 펴야한다. 소각이나 매립시 재활용보다 비용이 많이 들도록 비용을 더 부가해야 재활용을 더 많이 할 유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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