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현상 지속…향수·화장품에 담배까지 면세점이 더 비싸

달러 강세에 일부 품목 '면세' 효과 무색
'환율 보상책'으로 고객 붙잡기 안간힘…강달러 지속시 고객이탈 불가피
"정부, 이참에 특허수수료 체계 손봐야" 목소리 나와
  • 등록 2022-09-02 오전 5:30:00

    수정 2022-09-02 오전 5:3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면서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품목의 경우 시중 판매가격을 역전하면서 ‘면세’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상황이 되어서다.

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4.9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9년 4월 28일(1356.8원, 종가 기준)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원화로 환산한 상품 가격이 시중 백화점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내국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강달러 현상은 일반적으로 면세업계에는 호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83%가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등 외국인 고객들에서 발생해서 강달러 현상이 사업에 큰 변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로부터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국내 면세점들의 상황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 정책 등으로 외국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게 문제”라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 내국인 고객들마저 면세점에 등을 돌릴 수 있어 그야말로 위기”라고 전했다.

각 주요 면세점들은 환율 보상 프로모션 등 일종의 할인 혜택을 통해 백화점보다 낮은 가격대로 상품들을 판매하며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달러 강세가 장기화 된다면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에 따른 손실을 감내해야 할 처지다. 일각에선 면세업계 생존을 위해 면세점들에 부과되고 있는 특허수수료라도 낮추고 그 부과 체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일부 화장품·향수·담배 이미 가격 역전

면세점 애플리케이션과 백화점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고객들이 주로 찾는 상품에서 백화점 가격이 더 저렴한 사례를 상당수 확인했다.

면세점의 대표적인 인기 화장품으로 꼽히는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125㎖)’은 면세점에서 66달러에 판매한다. 이를 달러당 1350원을 적용하면 8만9100원이다. 이 제품은 백화점에서 8만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또 다른 인기 화장품인 ‘랑콤 뗑 이돌 롱라스팅 파운데이션(30㎖)’ 역시 면세점에서는 56달러(7만5600원), 백화점에서는 7만4000원에 판매된다. 면세점이 1600원 가량 더 비쌌다.

향수 제품도 가격역전 현상은 나타났다.

면세점에서 정가 400달러(54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인기 향수 ‘크리드 어벤투스(100㎖)’는 백화점에서 정가 51만원에 선보여 3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다른 향수제품 ‘딥디크 오드뚜왈렛 탐타오(100㎖)’ 역시 면세점은 152달러(20만5200원), 백화점은 19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내국인 고객들의 단골 면세점 구매품인 담배도 이미 가격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보루당 34달러(4만5900원)로, 시중 편의점(4만5000원)보다 비싸다. 일반 연초담배도 보루당 30달러(4만500원) 수준으로 시중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단 한 갑(4500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가방이나 지갑 등 유통기한이 없는 상품들은 여전히 면세점이 가격 경쟁력이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향수, 담배와 같은 상품들은 유통기한이 있고 유행이 있어 대량으로 구매하기 어렵다”며 “유통기한이나 유행 없이 꾸준히 판매되는 상품들은 대량 구매를 통해 매입가격 할인이 가능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내국인 면세한도 600달러 내 면세점의 인기 가방인 ‘투미 알파 브라보 메이슨 더플’은 정가 600달러(81만원)로, 정가 89만원에 내놓은 백화점도 훨씬 저렴했다. 또 몽블랑의 ‘사토리얼 반지갑 6CC’ 역시 면세점은 정가 355달러(47만9250원), 백화점은 정가 5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어찌 못하는 환율…“특허수수료라도 손봐야”

현재 각 면세점들은 강달러 현상을 환율 보상 정책(환율이 오른 만큼 가격을 깎아주는 할인 프로모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가에서 20%를 할인 판매하면서 백화점 대비 가격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달러 현상이 이어진다면 환율 보상 정책으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특허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등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세점은 이익을 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지만 매출 기준으로만 특허수수료도 내고 있다”며 “정부는 업계와 논의해 실효성이 있는 지원책을 고민하면서 특허수수료 부과 체계를 이익 기준으로 바꾸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세점 관계자도 “정부가 특허수수료를 낮춰 면세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면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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