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드러난 ‘문자 유출’ 사태가 한 주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 사태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격랑에 빠졌는데요.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고,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비대위 구성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당히 중요해진 것 같은데요. 지금 이 상황, 이준석 대표에겐 득(得)일까요, 실(失)일까요. 오늘(30일) ‘배진솔의 정치사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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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자 유출 사태로 윤 대통령의 이준석 대표에 대한 감정적 골은 상당히 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선 당시부터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측은 내부 인선과 선거 전략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며 충돌해왔는데요. ‘당대표 패싱’으로 이 대표가 무단 가출을 했고, 갈등 봉합 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연습 문제’를 풀며 어렵사리 함께 왔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정치 초보자’로 정계에 입문한 후 이 대표와의 지난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 감정은 ‘내부 총질만 하던 당 대표’라는 열 글자로 표현됐는데요. 윤 대통령과 권성동 대행은 동갑내기 친구사이이자 검찰 선후배로 가까운 사이인 만큼 그감정을 가감없이 얘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3일 만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빠르게 비대위 체제 전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9일 ‘친윤계’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도부에서 물러나고, 이어 ‘반이준석계’ 박수영 의원이 총대를 메고 초선 의원 30여명이 비대위 전환 찬성 성명서를 냈습니다. 권 대행도 결국 비대위 구성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데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최근 권 대행의 연이은 실수가 대표 직무대행과 원내대표 역할을 함께 하며 생긴 업무 과중으로 판단하고 있는 말이 나옵니다. 이에 집권 여당이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대위 체제로 한시라도 빨리 전환해야한다는 결정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위 기능 상실을 위해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하는지, 아니면 현재 7명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해야하는지 여전히 해석상 논란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과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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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친윤계는 비대위 체제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이 대표를 제명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윤리위 결정에 따르면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서 이대로면 내년 1월 이 대표가 복귀하게 됩니다. 이 대표가 차기 당 대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아온다면 정치적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럼 또다시 여권은 지도체제 논란에 휩싸이게 되죠. 내년 1월이면 2024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이 대표가 공천 혁신을 통해 친윤계 학살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 대표를 아예 잘라내기 위해 비대위 체제 바꾸고 돌아올 여지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도 8월 중으론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기소될 땐 이를 근거로 또다시 제명 등의 중징계를 할 수 있고, 그때 비대위나 조기 전당대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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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나타난 메시지가 유출했을 때 여의도를 ‘그 섬’이라 지칭하며 정치권을 비판해왔습니다.
이 대표는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며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政商輩)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 입장에선 믿을 구석은 당원인 것이죠.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는 이준석 대표 대체재로 ‘강기훈’이라는 인물로 살펴본 모양입니다. 권 대행과 윤 대통령의 메시지 속에 등장한 강기훈 행정관은 대선 직후부터 최근까지 권 대행의 정무실장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선 당시엔 캠프 외곽에서 청년자문그룹으로 활동하며 20·30세대를 겨냥한 메시지와 정책·공약들을 냈습니다.
일각에서는 권 대행이 윤 대통령에 ‘강기훈과 함께 들(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은 이미 그 전부터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청년 비대위원 몫으로 강기훈 행정관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편 그간 윤리위에 재심 청구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지 않던 이 대표가 다음주 어떤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