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분노가 연기금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들이 마이너스 두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하면서다. 안그래도 외국인의 ‘팔자’에 기관도 뛰어들며 하락세가 가팔라지는데, 정작 연기금이 사들인 종목 수익률이 바닥을 치면서 개미들 분노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연기금 등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 5개 중 4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위 카카오뱅크의 연기금 순매수 금액은 1070억원이다. 이를 주식 총량으로 나눈 평균 매수단가는 3만6581원으로, 5일 종가(3만600원)보다 6000원가량 비싸다. 연기금이 16%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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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미들의 분노는 연기금 순매수 종목들의 마이너스 수익률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연기금이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6월 한 달 만에 코스피 지수가 13% 급락한 만큼 연기금 수익률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령 카카오뱅크나 LG에너지솔루션처럼 신규 상장된 종목이 지수에 신규 편입되면 연기금은 이들 종목을 담을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IPO) 대어를 담지 않으면 벤치마크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연기금 입장에선 부담이다. 벤치마크 지수의 수익률에 뒤처지지 않고 지수와 비슷한 수준에서 약간의 추가 수익을 내려면 대형주를 선제적으로 대량 매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연기금 입장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에 맞추려는 것은 델타(변동성)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나머지 시황이 좋지 않은데도 국내 주식을 덜어낸 탓에 투심이 악화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같이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때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