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만 꽂으면 당선’ 여야, 텃밭서 공천잡음[지방선거 D-30]

국힘은 TK서, 민주당은 호남 후보 몰려
'깃발 꽂으면 당선' 분위기에 정책경쟁 실종
"국회의원, 공천권 내려놔야" 주장도
  • 등록 2022-05-02 오전 6:00:00

    수정 2022-05-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텃밭 구태가 6·1 지방선거에서 여전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에, 민주당은 호남에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몰리면서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 분위기 속에서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험지로 꼽히는 곳에선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 없다며 출마자가 전무한 사례도 생기고 있다. 치열한 공천경쟁 속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두산동 TBC 대구방송에서 열린 ‘제8회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김재원 전 최고위원, 홍준표 의원, 유영하 변호사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남 지역에선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전이 펼쳐졌다. 먼저 ‘보수의 심장’ 대구시장 선거에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출마자들 8명이 몰렸다. 당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이는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대구시장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출마자들은 더 많다. 최근 단수공천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경산지역의 경우, 최영조 시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국민의힘 소속 13명이 공천신청을 했었다. 또 경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공천 경쟁률은 5.22대 1로 집계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TK 후보자 인물난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시장에는 서재헌 전 동구갑 지역위원장이 유일하게 후보 등록을 해 단수공천됐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가겠다는 민주당 인사는 한 명도 없어,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임미애 경북도의원을 전략공천하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에는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모에 647명이 몰려 심사가 지연될 정도였지만, 국민의힘 전남도당에는 기초단체장 4명, 광역·기초의원 16명이 후보자 공모를 신청하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오는 3일까지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를 추가로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지역에 특정 정당이 쏠리는 현상 탓에 정책 경쟁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 후보자가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되는 공약 개발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지역위원장인 현직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는가 하면 공천권을 가진 현역 의원들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가 ‘여성할당은 없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음에도 ‘여성 전략공천’ 여부를 검토 중인 강남구청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이는 강남에서 여성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안을 최고위원회의에 전달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정치 신인을 배치해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이지만, 이 과정에서 후보로 뛰어든 재선 출신 이은재 전 의원에게 유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채이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3월 대선 패배 직후 “호남에서는 민주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며 “호남에서만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진정한 지역 일꾼을 뽑도록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 기득권이 강한 호남에서부터 무공천을 포함해 혁신공천을 해야 정치 개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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