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흉악 범죄에 대한 국민적 법 감정을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태현에 사형 선고가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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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은 피해자인 세 모녀 중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큰딸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했다. 그러다 지난 3월 23일에는 A씨의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경찰은 김태현을 구속 기소할 당시 피해자 A씨 의사에 반해 집 앞에 찾아가고 계속 연락한 행위는 “명백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제정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스토킹 처벌법)은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기소 당시 김태현에게는 스토킹 처벌법이 아닌 경범죄 처벌법(지속적 괴롭힘)을 적용했다.
이번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김태현이 피해자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등 다른 2명의 가족을 살해한 것이 계획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거주지로 갔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가족들 살인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태현은 재판과정 내내 A씨의 가족 구성을 미리 알지 못했고, 특히 여동생은 제압만 하려 했을 뿐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 이후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머무르며 도주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태현의 세 모녀 살인사건은 범행 전 과정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으며 ‘경동맥’을 검색해 살해 방법을 미리 구상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도 확인했다. 무방비 상태였던 A씨 여동생의 급소를 찔러 살해한 뒤 범행을 멈추지 않고 집에 들어온 어머니까지 곧바로 살해한 점을 들어 범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미 가족에 대한 살인도 계획했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에서 김태현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엄중한 책임을 묻고 생명을 부정하는 극악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고인에게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도 재판부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40여 차례 제출하며 엄벌을 촉구했다.